뒷북사과 서욱 국방, ‘軍 성추행은 중요사건 아니다’ 황당해명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국방위 출석한 국방장관 서욱(앞자리 오른쪽 두 번째)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여중사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여중사 사망’ 18일만에 사과

“무거운 책임 통감” 밝혔지만
성인지감수성 부족 발언 논란

유족측 ‘돈으로 회유’ 의혹 제기
“피해자 면담도 안한 국선변호인
되레 가해자측 제안만 전달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가 가해자 측의 현금 합의 시도로 극심한 2차 가해에 시달린 정황이 드러났다. 국방부는 군과 가해자의 조직적 은폐, 회유 시도에 대해 ‘중요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

9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이 중사의 아버지는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국선변호인을 통해 ‘1000만∼2000만 원에 합의를 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 이 같은 합의 시도는 이 중사가 지난 3월 2일 성추행을 당한 뒤 이튿날 부대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후로 시종일관 합의를 종용한 과정에서 이뤄진 일로 추정된다. 당시 상관들은 “없던 일로 해달라”며 이 중사에 합의를 종용했고,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죽어버리겠다’는 식으로 강경하게 나왔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성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이런 일을) 보고를 받으셨나”고 물었다. 서 장관은 이에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이 내용을) 포함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여성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여중사 사망사건과 관련한 국정조사와 서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공군은 강제추행 사건의 경우 인지 즉시 국방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지침도 어기고 약 3개월간 성추행 사건을 국방부에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공군 군사경찰은 지난 3월 3일 성추행 신고를 받고 4월 7일 가해자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했다. 4월 14일 공군 참모총장에 성추행 사건이 처음 보고됐다. 이 중사가 사망한 채 발견된 지난달 22일에도 공군 군사경찰은 국방부 조사본부에 ‘단순 사망’으로 보고했다. 서 장관이 이 사건을 처음 보고받은 시점은 지난달 25일이다. 서 장관은 이어 “5월 24일에는 ‘피해자 단순 사망사건’으로 정식으로 서면보고를 받았다”며 “5월 25일 이번 사건이 성추행 관련 사건임을 최초 보고받았고, 이후 공군의 2차 가해를 포함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사건 보고 시점이 늦어진 데 대해 “(공군)총장이나 우리는 중요사건 중심으로 보고를 받는다”며 “예하 부대 성추행 사건은 보고되지 않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서 장관도 공군에 수사를 맡기다 지난달 31일 언론에 사건이 보도된 다음 날에야 국방부 조사본부에 이첩시켰다.

김현아·정철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