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與, 기업에 부담 떠넘기는 ‘황당법안’도 밀어붙이기

채용 불합격 사유 고지 의무화… 고객의 괴롭힘도 사용자 책임…

현실화 땐 혼란·부작용 우려
업계 목소리 충분히 반영해야

상식을 넘어선 부담을 기업에 떠넘길 수 있는 내용의 법안들이 끊이지 않고 발의되면서 산업계가 고심하고 있다. 거여·대선 정국을 틈타 전례 없는 법안들이 실제 법제화되면 고용 시장은 물론, 영세업체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최기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채용절차법안의 경우 통과 시 가뜩이나 어려운 고용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불합격 통보를 받은 구직자가 구인자에게 불합격 사유 확인을 요청할 경우 사유 공지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명단을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채용 전담 직원 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탈락자가 수천, 수만 명에 달하는 대기업들은 아예 채용 횟수 자체를 줄이는 쪽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퇴직급여보장법안도 중소·중견업계 및 소상공인 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근속 1개월 이상이면 아르바이트생 등에게도 퇴직급여를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중소·중견업계 관계자는 “퇴직급여 재원은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어서 단기 일자리가 사라지고, 영세·중소사업장의 고통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신정훈(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근로기준법안도 그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객 등 제3자에 의한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업자의 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의무 위반 사용자에 대한 벌칙을 담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범위로까지 확대한 과잉 법안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신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한 산업안전법안도 비슷하다. 하도급 금지 작업 범위를 건설·발전·조선업 등으로 확대한 이 법안이 통과되면 건설 부문만 하더라도 도급에 의존하는 5만5000여 전문 건설업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이들 법안의 발의 취지와 달리 현실화할 경우, 시장과 산업에 상당한 부작용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산업계의 견해부터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