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靑 기획사정 의혹… 권력수사 사실상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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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검찰중간간부 인사

김학의 사건 수사팀장 이정섭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이동
사건 연루 검사들은 되레 영전
윤석열 前 총장 측근들 좌천

김학의 수사팀, 인사와 별개로
“이광철 기소” 최종 보고 할듯

법무부가 25일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살아있는 권력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했던 수사팀을 사실상 공중 분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의혹’에 연루된 검사들은 오히려 영전하고, 친정부 성향 검사들이 대거 요직을 맡으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날 법무부가 발표한 ‘2021년 하반기 고검검사급 인사’ 내용을 보면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등 정권 비리 관련 주요 수사팀 핵심이 이번 인사로 대거 교체됐다.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한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이동했다. 아울러 김 전 차관 불법 출금의 근거가 된 건설업자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과 언론 유출 등을 비롯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하던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좌천됐다.

반면 김학의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검사들은 오히려 영전했다.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4차장으로, 진재선 대전지검 서산지청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과장은 2년 전 대검 정책기획과장으로 김 전 차관 출금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 지청장 역시 법무부 검찰국 형사기획과장으로 재임하면서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를 거쳐 불법 출금을 수사하려던 안양지청 수사팀에게 경위서를 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엔 정진우 의정부지검 차장검사, 2차장엔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이 임명됐다.

권력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은 모두 보직이 바뀌었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한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이스타항공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의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한 임일수 전주지검 형사3부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임명됐다. 친정부 성향으로 평가받은 검찰 간부들은 요직을 꿰찼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증인 위증 교사 의혹 사건 등을 주도한 임은정 대검 검찰연구관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에 임명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감찰·징계를 주도한 박은정 현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수도권 핵심 검찰청인 성남지청장으로 전보했다. 윤 전 총장 장모와 아내사건을 수사했던 정용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반부패수사1부장으로 영전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을 보좌했던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은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으로 좌천됐다.

법무부는 그러나 “이번 인사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 취임 이후 대검 검사급 검사 신규 보임 등으로 발생한 공석을 충원하고, 인권보호부 신설 등 검찰 직제개편 사항을 반영한 역대 최대 규모의 고검검사급 승진 및 전보 인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수사를 해온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번 인사로 인한 수사팀장 교체와 무관하게 불법 출금에 연루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는 취지의 최종 의견을 대검찰청에 제출하기로 했다. 수사팀은 지난 22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통해 대검이 그동안 이 비서관 기소 판단에 앞서 요구한 조건을 충족했다고 보고 있다. 대검은 지난달 12일 수사팀의 이 비서관 기소 의견 보고에도 “관련자 조사 등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판단을 한 달 넘게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 비서관은 김 전 차관에 대한 허위 출금 서류 작성 혐의를 받는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와 출금을 승인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연결해준 의혹을 받는다. 이 비서관은 “대검 승인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이 검사 요청을 조 전 수석에게 전달했다.

조 전 수석은 이를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윤 전 검찰국장은 봉욱 전 대검 차장에게 전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가 충분히 진행된 만큼 대검도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 판단을 더 미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윤정선·염유섭·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