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백운규 기소 제동… 靑으로 가는 길 막아서나

대전지검 ‘배임죄 기소’ 의견에
金 “수사심의위 직권으로 열 것”
일각 “권력 수사 방어막” 비판

김오수 검찰총장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배임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대전지검 부장검사들의 일치된 의견에도 직권으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순수한 법리 판단을 받아보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판단과 책임을 외부에 떠넘겨 결국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총장은 전날 노정환 대전지검장을 만나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배임 혐의 적용 등 대검찰청과 수사팀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부분만 떼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직권으로 열겠다”면서 “비(非)검사로 구성된 수사심의위 결과에 따라 지휘를 내리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총장은 노 지검장에게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백 전 장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3명이 부당한 방식으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왜곡시켰다는 직권남용 혐의 적용에 대해선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직권 남용 기소와 배임 여부 재판단 등 사실상 수사팀에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히며 지휘를 유보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백 전 장관과 정 사장 등에 대한 배임 혐의 적용을 놓고 수사심의위가 개최될 전망이다.

김 총장의 수사심의위 소집을 두고 법조계선 “청와대로 가는 길목을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채 전 비서관 측이 외부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지만 일반인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는 “수사심의위에 부의조차 할 필요가 없다”며 기각한 바 있다. 지난 24일 대전지검 부장검사들도 만장일치로 백 전 장관 등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입장을 모았다. 노 지검장은 이 같은 검사들의 일치된 의견을 김 총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총장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하겠다는 건 ‘검찰 수사가 적절하다’는 일반 시민들의 판단을 뒤집고 채 전 비서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배임죄 적용 시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염두에 둔 권력수사 방어막”이라고 했다. 한수원은 한국전력의 자회사고, 한전 지분의 40%가량은 민간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경제성 평가 조작을 통한 월성 조기 폐쇄로 백 전 장관 등이 배임 혐의로 기소되면 국가를 상대로 한 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조기 폐쇄 결정이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물음에서 출발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 문 대통령이 민사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일 김 총장이 부임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월성 원전 수사와 함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개입 의혹 등 중요 권력수사에 대한 대검 판단은 여전히 미적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