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화합이 기업가치 높인다>‘우수타’ ‘우아한 TV’등 잡담 장려… 4.5일 근무로 ‘월요병’ 없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직원들이 사내 ‘트랙방’에서 회의하는 모습. 트랙방이라는 이름은 육상 경기장의 ‘트랙’에서 착안해 지은 것으로 답답한 회의실에서 벗어나 열려 있는 공간에서 창의력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19) ‘이벤트 다양’ 우아한형제들

직원들 궁금증에 회사가 ‘필답’
회사 소식은 직원에 먼저 공개

각자 집에서 음식 배달 시킨뒤
컴퓨터 대화 ‘우아한랜선런치’

월요일 오후1시 출근 가장만족
임신부는 하루 2시간 자율 단축

국내 배달 앱 서비스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독특한 기업문화는 ‘잡담(雜談)’이다. 잡담은 사전적 의미로 쓸데없이 지껄이는 말. 실제 국내 다수 기업이 업무 중 잡담을 그야말로 쓸데없는 짓거리로 보고 침묵을 강요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은 오히려 잡담을 장려한다.

◇우아한 잡담 기업 = 현재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우아한형제들 판 훈요 10조 격인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은 이 회사의 기업 문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이 만든 일종의 조직 문화 지침서다. 이 지침서 3조엔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아한형제들 임직원의 평균 나이는 30대 초반. 젊은 사람이 많은 조직일수록 잡담을 해야 하고, 이용자와 자영업자, 라이더 등의 적극적 소통이 결국 업무상 성과로도 이어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사업 초기부터 회사와 직원 간, 그리고 직원끼리의 소통에 공을 들여왔다. 조직 문화를 고민하는 전담 조직인 ‘피플실’을 만들어 소통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기획하며 직원들을 챙기고 있다. 전 직원이 함께하는 대표 소통 이벤트로는 ‘전사행사’와 ‘우수타(우수한 수다타임)’가 있다. 전사행사는 송년회, 창립기념일 등과 같은 대규모 이벤트다. 우수타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소통 행사로, 격주 수요일마다 점심시간 전 30분 정도 진행된다. 젊은 구성원들이 익명으로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 불편한 점 등을 전달하면 김범준 대표가 빠짐없이 읽고 답변을 하는 시간이다. 안연주 피플실장은 “작고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조직일수록 크고 어려운 문제를 다룰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내가 일하는 회사의 소식을 ‘남’을 통해 듣는 것만큼 서운한 것은 없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회사 경영과 관련된 중요 뉴스는 외부에 알려지기 전 ‘단 한 시간’이라도 먼저 내부에 공개함으로써 회사와 구성원 간 신뢰를 강하게 만들고 있다. 다만, 김 의장은 지난 2월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기빙플레지’ 발표 당시에만 기빙플레지 국제 룰에 따라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했다고 한다.

◇코로나19에도 멈추지 않는 소통 = 우아한형제들의 잡담도 대면 접촉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가 생겼다. 전사 재택근무가 장기화하면서 오프라인 소통 문화가 고비를 맞이한 것이다. 이런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우아한TV’다. 일반 직원들이 만드는 영상 형식의 사내 공식 뉴스레터다. 직원 인터뷰, 새로운 서비스 론칭 뉴스, 사내 정보를 주제로 한 퀴즈쇼 등 아기자기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6월 출발해 1년 동안 28회 발행됐다.

‘우아한랜선런치’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소통을 이어가게 하는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같은 기수 등 팀별로 회사에 응모하면, 회사는 식사팀을 선정하고 식비를 지원한다. 선정된 팀원들은 각자 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컴퓨터 앞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주문한 음식을 먹는다. 피플팀에서도 함께 참여, 퀴즈를 통해 구성원과 타 부서에 대한 이해를 돕고 회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임직원 74% “회사 보상과 복지에 만족” = 최근 우아한형제들은 내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회사의 보상 및 복지제도에 대한 평가를 물었더니 74%가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제도는 4.5일 근무제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회사 직원들은 월요일엔 오후 1시에 출근한다. 고질적인 월요병을 없애고, 평일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개인 업무를 보도록 배려한 것이다.

임신한 임직원에게는 임신 기간 중 근로 시간을 자율적으로 하루 2시간씩 단축하도록 했다. 산후조리원비도 지원하고, 남성도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전사 재택근무가 시행되자 회사는 재택근무 지원비, 사무용품 구입비 등도 새로 도입했다. 재택근무를 위한 인터넷 사용료, 냉·난방비, 사무용품 구매비 등도 지원한다. 건강 문제로 휴가가 필요한 직원에겐 최대 90일까지 급여의 50%를 지원하는 우아한 ‘병가제도’도 신설했다. 김 대표는 “젊은 세대가 주축인 회사 구성원들이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하면 배민 서비스가 더 나아진다는 생각”이라며 “업계에 모범이 되는 행복한 기업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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