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 속도·택시인원까지 규제…방역대책이 코미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먹자골목 ‘개점휴업’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역 부근 먹자골목의 한 음식점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호웅 기자

골목상권·자영업자 “주먹구구 조치에 한숨만…”

“왜 유산소 운동만 제한하나…
문닫고 인건비 줄이는게 나아”
“택시탈 때 가족 확인 어떻게”
“인내심에 한계” 목소리 커져

“아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감을 잡을 수가 없어요. 정부의 땜질식 조치들을 접하니 한숨만 나옵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통행금지에 가까운 강력한 방역조치가 12일 수도권 전역에서 시작됐지만 자영업자들이 비현실적인 방역 조치로 갈피를 잡을 수 없다며 크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매번 주먹구구 탁상행정식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보다 현실적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부터 탑승 인원이 2명으로 제한된 택시업계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차순선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 이사장은 “조합원들이 오늘부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오지만, 정부로부터 공문 한 장 받은 것이 없어 제대로 답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이사장은 “3인 가족이나 아동·노인·장애인 등이 포함된 경우에도 승차거부를 하라는 것인지, 한 가족임을 택시기사가 어떻게 확인하라는 것인지 구체적인 지침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헬스업계는 ‘bpm(Beats per Minute·분당 비트수) 논쟁’에 휩싸였다. 이날부터 피트니스센터 등에서는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 속도를 시속 6㎞ 이하로, 줌바·스피닝 등 노래를 틀어 놓고 단체로 하는 GX류 운동은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각각 유지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고강도·유산소 운동을 하면 침방울 발생 위험이 커진다”며 “헬스장 폐쇄 조치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즉각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인터넷에는 ‘방역 기준에 적합한 100∼120bpm 사이 추천 음악 리스트’가 주요 게시판에 올라오는 등 bpm 제한 방침을 조롱하는 글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대부분 회원이 운동하기 위해 헬스장에 오는 건데, 러닝머신에 속도제한을 두고 느린 음악을 튼다고 제대로 방역이 되겠냐”며 “이런 답답한 방역수칙을 지키느니 차라리 가게 문을 닫고 전기요금과 인건비를 줄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 헬스장 관계자는 “코로나19를 막을 수만 있다면 어떤 조치라도 따르겠다”면서도 “왜 유산소 운동만 제한하는 건지 설명도 한 줄 없고, 제대로 된 과학적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둔 게 아니라 그냥 주먹구구식 조치로 보이니까 불만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 ‘헛발질’에 자영업자들의 민심은 더 들끓고 있다. 김종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대책 없는 규제가 생겼는데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며 “기자회견이나 항의 방문 수준으로 대응했지만, 이번 주부터는 차량 시위에 착수하겠다”고 강력한 장외 대응을 예고했다.

이희권·이근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