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서 무너진 시위대응 원칙에…‘변형된 1인시위’ 속출

2m 간격으로 벌리고 피켓시위
여러명 모인 뒤 한사람만 구호

민노총 8000명 기습집회 여파
정부 ‘엄정대응 원칙’ 무용지물

민주노총이 잇따라 대규모 집회를 개최해 정부의 코로나19 집회 대응 원칙이 무너지자 변형된 1인 시위 형태의 ‘꼼수 집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방역수칙에 따라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은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를 원천 봉쇄했지만, 집회 현장에서는 “민주노총은 되고 우리는 왜 안 되느냐”며 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26일 경찰은 방역지침을 어긴 불법집회에 대한 엄정한 단속 의지를 지난 23일 민주노총 원주집회 전부터 표명하고 있지만 일관성이 무너지면서 제대로 지켜질지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수 시민단체 ‘415 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국투본)’가 24일 오후 3시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주최한 집회에는 50여 명이 참석했다. 시위가 진행되는 약 2시간 동안 피켓과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경찰이 “순수 1인 시위로 진행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참가자들은 “민주노총 8000명은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17일 국투본이 동일한 장소에서 진행한 집회에 대해서도 ‘변형된 1인 시위’로 판단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달 12일부터 시행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1인 시위만 가능하다. 2인 이상이 모이는 집회는 ‘미신고 불법집회’로 규정된다. 일부 단체는 틈새를 파고들어 1인 시위를 표방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인간띠 잇기’ 형식으로 여러 명이 1인 시위를 하거나 여러 명이 모인 뒤 한 사람만 1인 시위를 하는 경우 ‘변형된 1인 시위’로 간주해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민주노총 수사를 제대로 못하는데, 군소 단체 사법처리를 엄정하게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변형된 1인 시위 등 불법집회는 경찰 제지에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23일 원주시의 집회 전면 금지 조치에도 집회를 강행했고, 오는 30일 대규모 추가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영등포경찰서는 20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 4명이 변형된 1인 시위를 했다고 보고 감염병예방법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내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12일과 1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병역비리 의혹 해명을 촉구하며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진행한 시위에서 2명씩 2m 간격으로 서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24일 종로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보수 시민단체 국민계몽운동본부가 ‘1인 콘서트’라고 고지한 1인 시위에는 약 15명이 모였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