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심 박고 재활할 때 가장 힘들어…‘할 수 있다’는 생각 많이 했다”

신재환, 기계체조 도마 금메달
“불안 덜어준 룸메이트도 큰 힘”

도쿄 = 허종호 기자

신재환(23·제천시청)이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1일엔 여자 도마에서 여서정(19·수원시청)이 동메달을 획득, 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체조는 남녀 도마에서 역시 사상 처음으로 동반 메달을 수확했다. 신재환은 우승 직후 “(여)서정이가 ‘오빠 꼭 잘해’라고 하길래 서정이에게 (올림픽 메달의) 기를 좀 달라고 했고, 서정이와 주먹을 부딪치며 기를 받았다”고 밝혔다. 신재환은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83점을 얻어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과 동점을 이뤘다. 동점일 땐 1, 2차 시기 중 더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 이긴다. 신재환의 최고점은 2차 시기의 14.833점, 아블랴진의 최고점 역시 2차 시기로 14.800점이었고 금메달은 신재환에게 돌아갔다.

신재환은 충북체고 재학 시절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다. 12살 때 시작한 체조를 그만둬야 할 상황에 부닥쳤지만, 철심을 박고 재활해 보란 듯이 이겨냈다. 당시의 아픈 기억 때문인지 신재환은 “부상으로 체조를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가장 힘들었다”며 “그 순간을 극복하려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신재환은 도쿄올림픽 룸메이트인 김한솔(26·서울시청)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신재환은 “한솔이 형은 내가 멘털이 무너질 때마다 나를 돌봐줬다. 덕을 크게 봤다. 내가 매일 불안해하니 그럴 필요 없다면서 달래줬다”고 설명했다. 신재환은 “운동 외적으로는 부모님, 운동으로는 지도자 선생님들, 한국체대 교수님들, 제천시청 감독님과 코치님이 가장 고맙다”고 덧붙였다.

신재환은 이번이 첫 올림픽 출전이다. 그래서 금메달 획득은 더욱 돋보인다. 첫 올림픽 무대지만 신재환은 예선을 1위로 통과했고, 결선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안정된 연기를 펼쳤다. 겉모습과는 달리 속으론 마음고생이 있었다. 신재환은 “실감이 안 나고, 무덤덤하다”면서 “금메달이 확정된 뒤 안도감, 그리고 허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재환은 한국체대 6년 선배이자 대표팀 대선배인 양학선(29·수원시청)을 ‘스승’이라 칭했다. 신재환은 “학선이 형은 선배지만 스승이고 만나면 고맙다고, 형 덕분에 딴 것이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