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반쪽 韓美훈련, 그마저도 축소 가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6일 오전 경기 동두천시 미군 부대에 장갑차 등 장비가 도열해 있다. 오는 10∼13일 위기관리참모훈련으로 시작될 예정인 한·미 연합훈련은 야외실기동훈련(FTX)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신창섭 기자

16일부터 시뮬레이션 훈련
예년보다 참가자 더 줄일 듯
靑, 북한 눈치 살피며 뒷짐만

전문가 “나라 지키는 훈련을
대북협상용으로 만든 게 패착”
韓美동맹·연합태세 약화 우려

우리 군이 8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되, 규모와 기간을 축소해 진행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예년보다 축소된 규모의 훈련을 하기로 한 상황에서 그마저도 제대로 실행하지 않아 ‘무늬만 훈련’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연기론’이 제기되는 등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마디’에 자중지란이 빚어진 여권의 상황은 군사훈련마저 대북 협상용으로 생각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관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6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미 연합훈련은 연기 없이 예정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시행돼야 한다. 이것은 방어적 훈련이고 북한을 설득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도 “미국도 훈련은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미 미국 요원들이 들어와 있고 다음 주부터 사전 훈련도 실시된다”고 말했다. 오는 10~13일 사전 훈련을 거쳐 16일부터 9일간 훈련을 진행하되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참여 인원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 여권에서 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청와대가 계속 침묵하는 것은 사실상 북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간 협의해서 훈련 전 실시 계획을 밝힐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여당 의원 수십 명이 연판장을 돌린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를 제지하지도, 서둘러 상황을 정리하지도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연합훈련은 전쟁을 막는 연습이고, 북한이 공격하면 어떻게 대처할까 하는 훈련인데 북한이 거꾸로 선전하고 있다”며 “나라를 지키는 훈련을 협상용으로 만들어버린 게 패착”이라고 강조했다.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도 “한·미 연합훈련은 한·미 간의 약속이고 한·미 동맹과 연결된 것”이라며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고, 연합 태세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고 밝혔다.

민병기·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