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온 청양의 아들, 삿포로 하늘에 태극기를 올려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 오창석(왼쪽) 백석대 교수가 오주한과 지난 3월 31일 케냐에서 도쿄올림픽 결의를 다지고 있다.

청양군, 마라톤 국가대표 귀화선수 오주한 선전 기원

8일 이봉주 이후 25년만에 도전

5월 작고 故 오창석 백석대교수
2007년 케냐로 가 오주한 발굴
姓따고 한국위해 뛰라고 ‘走韓’
이름 지어주고 父子 관계 유지

“한국 아버지의 꿈도 이뤄주길”
청양군수·지역주민 모여 응원전

청양=김창희 기자

“케냐에서 온 청양의 아들, 삿포로(札幌) 하늘에 태극기를 올려라.”

충남 청양군이 케냐 출신 귀화 선수인 마라톤 국가대표 오주한(33·청양군청·사진)의 선전을 기원하는 온·오프라인 응원전에 나선다. 오주한은 도쿄올림픽 폐막일인 8일 오전 7시 일본 삿포로에서 올림픽의 꽃인 남자 마라톤에 출전한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봉주 이후 25년 만의 마라톤 메달 도전이다.

그동안 군청 육상팀 소속인 오주한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온 청양군은 김돈곤 군수를 비롯, 지역 체육인·마라톤 동호인 등이 이날 대형중계화면이 설치된 청양문화예술회관에 모여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응원전을 펼친다. 7일에는 메달 획득을 기원하는 10㎞ 단축 마라톤과 20㎞ 클럽 대항전도 연다. 청양군은 지난 1일 정상급 동호인 10명이 릴레이로 달려 오주한 최고기록(2시간 5분 13초)을 깨는 도전 이벤트를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오주한이 청양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5월 급환으로 별세한 고 오창석 백석대 교수 덕분이다. 청양군 정산면이 고향인 오 교수는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국군체육부대 마라톤 감독과 KBS 해설위원을 역임했다. 2007년 직접 케냐로 가 유망주인 오주한(케냐명 윌슨 에루페)을 발굴하고 지도해 2011년부터 서울국제마라톤 등 국내외 8개 대회 우승을 도왔다. 양부 역할을 도맡으며 2018년 오 선수의 귀화와 청양군청 입단도 성사시켰다. 자신의 성을 따고 ‘오직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을 붙여 이름(吳走韓)도 지어 주는 등 부자지간 이상의 관계를 유지했다. 청양군의 지원을 받아 청양과 케냐 현지에 ‘오주한 캠프’를 조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케냐로 출국해 오 선수의 훈련을 돕던 오 교수는 비자 만료로 지난 4월 귀국한 뒤 발병한 풍토병 증세가 폐렴으로 악화되면서 59세를 일기로 지난 5월 5일 별세했다. 올림픽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오주한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삿포로를 달리는 꿈에 그리던 장면을 끝내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청양 금강변에 흙길 마라톤코스를 개발하고 복합 훈련장을 건설해 청양을 세계적인 마라톤 메카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도 친동생인 오임석 청양군청 트레이너 등 유족에게 넘겼다.

코로나19로 케냐에서 훈련하다 일본으로 직행한 오주한은 오 교수의 영전에 기필코 메달을 바치겠다는 각오다. 35㎞ 이후 후반 막판 스퍼트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기록이 평균 2시간 6분대로 컨디션에 따라 입상을 노려볼 만하다는 것이 마라톤계의 기대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영예로운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도쿄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하는 오주한 선수에게 군민과 함께 힘찬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청양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빛나는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