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상황 흘리는 일당…‘간첩 조작 → 국보법 철폐’ 주장 포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0월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육·해·공군 전력 사열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뒤로 공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충북동지회, 영장유출 왜?

청주지검 “혐의·신원노출사실
언론 통해 北에 알려주고 있어
통신계정 등 증거 인멸 가능성”
피의자 옥중 투쟁 채비… 논란

야권 “文, 안보 불안 설명해야”

F-35 스텔스 전투기 국내 도입 반대 운동을 펼친 지하조직 ‘자주통일 충북동지회’가 북한의 지령으로 반보수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파악돼 정치권에 ‘북한 간첩단 실재 및 국내정치 조작’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번 사건을 자유민주통일에 기반한 정당한 가치를 지닌 합법적 활동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옥중 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며 새로운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언급이 거의 없는 반면에 야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간첩단의 실재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시민운동가로 위장한 간첩들이 백주 대낮에 간첩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왜 간첩을 간첩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대통령은 안보 불안을 야기해 죄송하다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도 논평을 통해 “자신들은 조작이라고 항변하지만, 이 정권이 어떤 정권인데, 무고한 사람들을 간첩이라 조작하겠느냐”며 “이쯤 되면 청와대에서도 자신들과 관련된 부분이 없는지 철저한 자체 조사를 벌이고, 그에 따라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F-35 도입 반대 국가보안법 위반’ 관련 구속영장 내용 등이 언론에 보도되자 피의자들이 옥중투쟁을 통한 국가보안법 철폐 활동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피의자들은 “국가보안법 조작 사건”이라며 압수현장에서 이탈하고 일절 진술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론 등에 구체적인 수사상황을 알리며 “자주민주통일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동조합, 협동조합 활동이었다”며 “(충북청년신문 운영 등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저널리즘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영장 내용을 언론에 노출시켜 수사 내용을 북한에 사실상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주지검은 손모(불구속) 씨 등 총 4명(구속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북한 문화교류국에 자신들의 혐의 내용과 북한 공작원 신원 노출 사실을 보도 형식을 빌려 알려주고 있다”며 “이를 통한 통신 계정 삭제, 공작원 신분에 대한 구실 마련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명시했다.

그동안 손 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충북청년신문을 통해 수사관 실명과 연락처, 소환 일자, 장소 등을 사진과 함께 게재하는 등 수사상황을 실시간 보도했다. 수사당국은 피의자들이 “공안탄압이 기획되고 있다”며 지난 5월 27일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한 북한 공작원 조모 씨와 이모 씨 실명을 보도한 사실에도 주목했다. 수사기관에 의해 특정된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신분 마련 구실을 제공해주고자 이름을 고의로 노출했다는 의심이다.

이와 관련 수사당국은 충북동지회 활동가 중 유일하게 구속영장이 기각된 손모(충북청년신문 대표) 씨에 대한 추가 수사에 나섰다. 손 씨는 이날 오전부터 충북지역 국정원 소속 건물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윤정선·손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