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朴정권과 닮아가는 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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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 정치부 차장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2012년 겨울 즈음, 지금 여권의 한 중진 정치인은 “똑같은 사람끼리 붙었다”고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순서대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것이 나라냐’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안티 테제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모습도 결국 탄핵된 직전 정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보수층에서는 ‘이것은 나라냐’고 비꼰다.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정권과 닮은 모습 중 하나는 대통령에 대한 참모진의 투박한 엄호,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뿌리 깊은 진영 논리와 오만함이다. 박근혜 정부 때 한 핵심 인사는 “내가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다. 새벽이든 밤이든 문서를 보시다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바로 전화를 하신다”고 말했다. 기자와 있을 때 공손히 두 손으로 전화 받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했으니 틀린 말은 아닐 게다. 문재인 정부 한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변호사를 오래 하셔서인지, 문서를 정말 꼼꼼히 보신다”며 “변호사가 서류 검토하듯 보고서를 보시니 과로를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보고서의 오류를 바로잡았다는 설명이 더해지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문제는 이 같은 설명이 참모진이 손 놓고 있던 사안을 대통령이 지시해 추진했다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던 것을 대통령이 직접 바로잡았다는 ‘용비어천가’와 함께 나왔다는 점이다.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시각도 비슷하다. 한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임기 말까지 떨어지지 않는 ‘박근혜’의 지지율이 우리 정부 최대의 무기”라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불과 몇 주 전으로 기억한다.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임기 말까지 이렇게 인기 있는 대통령을 본 적 있느냐”고 의기양양해 했다. 하지만 그 지지층만큼 강력한 ‘비토층’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모른 척이다. 2012년 대선 이후 한국 사회가 양극단으로 갈리고, 양극단의 극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만 남은 상황에 대한 성찰도 없다.

“사회 곳곳의 묵은 적폐를 바로 잡아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어 가겠습니다.” “과거부터 쌓여온 뿌리 깊은 적폐들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국민 행복도, 국민 안전도 이뤄낼 수 없습니다.” 문 대통령이 했음 직한 이 발언들은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때 했던 축사의 일부다. 켜켜이 쌓인 대한민국의 적폐를 ‘내’가 해소하겠다던 박 전 대통령은 ‘적폐’가 됐고, 문 대통령은 다시 전 정권의 적폐를 쓸어버리겠다고 단언했다. 오랜 기간 쌓인 폐단은 오직 적(敵)의 허물일 뿐이다. 수차례 두 정권의 유사함을 지적하며 현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던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분열한 민심이 야기한 혼란과 간신들에게 둘러싸여 실상을 정확히 보지 못하는 권력자가 내린 비효율적인 판단들로 고통받으며 지낸 지 이미 오래다”라고 일갈했다.

참 닮은 두 정권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몰락한 박근혜 청와대 사람들은 “문재인 청와대도 우리랑 똑같다”고 위안하고 현 정부 인사들은 “그따위랑 우리를 비교하냐”고 화내는 점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