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입맛에 맞춰… 저질언어 난무하는 ‘혐오정치의 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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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뉴스 쏟아내는 유튜버들
“윤석열 妻가 점 보고 메모해줘”
“文정부, 정신승리 넘어 조현병”

정치불신 조장·양극화 부추겨
폐해 크지만 국회선 논의 없어

정치 유튜버들은 야권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부인의 점괘를 통해 일정을 정한다는 낭설부터 문재인 정권에 대해 ‘조현병 정권’이라는 장애인 비하성 표현까지 거침없이 사용한다. 전문가들은 정치 유튜버들이 선거와 정치에 대해 심각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합리적인 게이트키핑 없이 ‘지지세력’과 ‘팬덤’에 의존하는 정치 유튜버들은 근거 없는 비방과 저질 언어로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고, 정치권에 노골적 압력도 행사하고 있다. 유튜버 폐해가 심각하지만 이들은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유튜버 등 1인 미디어를 규제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않고 있다.

19일 문화일보가 높은 구독자 수의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을 분석한 결과 친여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야권 지지율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격이 주를 이뤘다. 구독자 수 54만 명인 채널 ‘서울의소리’는 지난 9일 윤 전 총장과 고소전을 펼치고 있는 정대택 씨가 출연한 방송을 내보냈다. 정 씨는 방송에서 “윤석열 처가 점을 봐서 메모해주는 거 같다”고 말했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도 김건희의 점괘에 의해서 시와 때를 맞춰서 국민의힘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인격 모독 발언은 부지기수다. ‘새날TV’(42만 명)에서 한 패널은 윤 전 총장과 반려견 사진에 대해 “윤석열 너한테 맞는 걸 해 이 XX야. 기분 나쁘게 하지 말고”라며 욕설을 뱉었다. 다른 패널도 웃으며 “더러워요”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노골적인 압력도 넣는다. 지난달 여야가 21대 국회 하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서 맡기로 합의하자, 조국 수호 집회를 열었던 ‘개혁국민운동본부’ 대표가 운영하는 ‘시사타파TV’(47만 명)는 여당 지도부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이에 ‘문자 폭탄’이 쇄도했다.

친야 성향 유튜브 채널에서는 문 정부에 대한 비난이 많았다. 구독자 수 142만 명인 ‘신의한수’는 지난 11일 방송에서 “백신 정책 실패를 외신도 보도하는데 무능한 모습을 감추며 국민 탓을 하고 있다”면서 “정신승리를 넘어서 정신 분열적 발언, 조현병 정권”이라고 언급했다. 여권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배우 김부선 씨의 스캔들 의혹을 두고 ‘뉴스데일리베스트’(39만 명)는 “(김 씨가) 더 강력한 증거를 가지고 있었어야 하는데 참 안타깝다”며 “(이 논란을 일축한 이 지사가) 바득바득 우기고 있다”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유튜브가 부정적 의미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면서 혐오 정치를 불러일으켰다”며 “개인 중심의 SNS 발전은 개방적 참여가 장점이지만 팬덤정치라는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정은·서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