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끊기고 식료품도 못사고… ‘아프간 경제’ 파탄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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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레반 카불 점령 일주일째

美은행 자금동결·해외원조 중단
아프간 화폐 달러 환전조차 못해
현금 바닥나며 본격 인플레이션
쌀·밀가루 등 필수품 20% 폭등
전문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듯”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지 일주일째인 22일 아프간 경제도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프간으로의 해외 송금이 중단되고 해외 원조도 끊겨 현금이 바닥나면서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 탈레반 점령 후 예상됐던 경제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물가가 오르고 현금이 바닥나면서 아프간이 경제 파탄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밀가루와 기름, 쌀과 같은 필수품 가격이 일주일 새 20% 안팎으로 올랐다. 은행들은 여전히 문을 닫은 상황이다. 전 정부 공무원 출신인 한 카불 시민은 “지난 두 달 동안 이미 급여를 받지 못해 집 임차료를 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탈레반이 무서워 숨어 있는 상황”이라며 “아내가 가진 반지 두 개와 귀걸이를 팔아서 먹을 것을 좀 사려 했지만 금은방마저 문을 닫았고 반지를 사고자 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너무 막막하다”고 말했다.

아프간 내 현금이 바닥난 것은 미국이 자국 은행에 예치된 아프간 정부의 자금을 동결한 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지원, 독일과 스웨덴 등의 해외 원조 등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아프간은 해외원조가 국민총소득(GNI)의 22%에 달할 정도로 원조 의존적인 국가다. 웨스턴유니온 등 해외송금 업체들도 문을 닫았는데, 지난해 해외의 아프간인들이 송금한 돈은 약 7억9000만 달러(약 9281억7000만 원)로 국내총생산(GDP)의 4%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아프간 내 현금이 바닥나면서 우려했던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워싱턴에 소재한 싱크탱크 니스카넨센터의 에드 돌란은 “해외 원조와 개인 송금을 통한 달러 유입이 모두 중단됐다”며 “아프간 화폐를 가진 이들은 서둘러 달러로 환전하기를 원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식량 등 상품과 교환하려 할 것이고, 이에 물가는 더욱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개발센터의 저스틴 샌더퍼 선임연구원도 “(아프간) 통화가 무너질 것이고 이는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고통을 줄 수 있는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은 국제통화기금(IMF)의 2021년 기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592달러에 불과한, 세계 204위 최빈국이다. 하루 1.9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54.5%에 이르는 상황이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