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치기 vs 버티기… ‘부동산 내홍’ 깊어진 국민의힘

이철규 “의혹 확인 않고 조치”
지도부 “번복하기 어렵다” 입장
“6인에겐 셀프 면죄부” 비판도

국민의힘이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 의원 일부에 대해 자진 탈당 및 제명 조치를 요구한 뒤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당 결정에 불복까지 시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지도부는 “소명이 불충분했다”며 결정 번복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 윤리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절반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이준석 지도부에 “셀프 면죄부를 주느냐”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거래 전수조사에서 자녀 부동산 편법증여 의혹으로 탈당 요구 대상이 된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딸이 10년 동안 근무하며 ‘영끌’해서 산 건데, 의혹이 있으면 확인도 안 하고 조치를 하는가”라며 “이준석 대표의 사당이냐. 도저히 승복할 수 없고, 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름을 밝힐 경우 의혹 역시 같이 공개하라고 했는데, (지도부가) 내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허위 발표도 했다”고 주장했다. 탈당 요구 대상으로 지목된 다른 의원 측 관계자 역시 “소명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도중에 권익위에서 전달한 명단이 기사로 났더라. 황당할 뿐”이라며 “지도부에 유감”이라고 했다.

지도부의 소명 절차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며 반발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부 의원은 탈당 요구에 즉각 응하기보다는 당 윤리위원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버티기에 들어갔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할 수 있는 게 있겠는가. 소명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소명하고, 기다려야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권익위 조사도 부실했거니와, 당의 판단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앞서 자진 탈당을 권유받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최고위원회 안에는 법률가 출신이 절반 이상으로, 심도 있게 들여다봤다”며 결정 번복은 없음을 시사했다. 다만 민주당보다 더 센 조치를 하겠다던 기존 입장과 달리, 6인의 의원에 대해선 “의혹이 소명됐다”고 해 사실상 셀프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은 윤리위 구성에 착수하는 한편, 한무경 의원의 제명안을 올릴 의원총회 일정 논의에도 나섰다. 다만 윤리위원장 인선 및 외부 윤리위원 선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현아·이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