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악재 속 열린 ‘국민의힘 비전발표회’

“전쟁 통에 학예회” 비판 거세

국민의힘 내부 갈등의 도화선이 됐던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가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비전 발표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법제사법위원회 강행 처리와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발표에 따른 윤희숙 의원의 전격적인 의원직 사퇴 등 정국을 뒤흔드는 이슈가 불거진 이날, 이준석 당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도 참석하지 않은 한가한 비전 발표회를 진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에는 “언론 자유 파괴 등 민주주의 기둥이 흔들리는 전쟁 통에 무슨 학예회를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12명의 후보가 7분 동안 자유롭게 발표하는 형식으로 ‘국민 약속 비전발표회’를 열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선 경선 후보들을 한데 모은 첫 행사였지만, 발표회를 앞두고 악재가 겹친 탓에 맥 빠진 행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13명의 예비후보자가 모두 참석해 정책 구상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윤 의원이 권익위 조사 결과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을 받은 뒤 이날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12명만 남았다. 이 대표는 다른 일정으로, 김 원내대표는 언론중재법 국회 저지를 위한 국회 투쟁으로 발표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특히 이 대표는 참석할 경우 ‘후보들 세워 놓고 자기 정치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중재법·사립학교법 등 주요 쟁점 법안들을 놓고 여야가 강하게 대치하고 있는 것도 비전 발표회 흥행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안들의 강행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민의힘은 총력 저지를 다짐하고 있어 국민의 눈과 귀가 당내 경선보다는 국회 본회의장 쪽으로 쏠려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가 무산되고 해당 법안 처리가 연기되면서 비전 발표회와 본회의 시간이 겹치는 ‘최악의 사태’는 면하게 됐다.

이날 행사에서 한 후보에게 7분의 시간만 주어진 것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여 명의 후보가 난립하다 보니 고르게 시간을 배분하기 위해 후보별로 7분이 할애된 것이지만, 주요 후보들의 정견과 정책 구상을 구체적으로 듣고 비교하기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