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고발장 조작 여부 조사… 김재원 “살펴보고 있다”

평어체 썼다 돌연 경어체 등장
尹캠프 “검찰發 전제도 무너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진상 규명에 나선 국민의힘이 10일 고발장의 진위를 면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4월 3일 오후 4시 19분 ‘손준성 보냄’으로 표기돼 전달된 고발장 내용이 검찰에서 작성됐다고 보기엔 수준 이하인 데다 시간 선후가 맞지 않아 조작 가능성이 유력하게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정치 공작의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발 사주 의혹 제기에 제보자 한 명이 아니라 다수가 가담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재원 공명선거추진단장은 이날 통화에서 “(고발장 진위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당 최고위원회의 산하에 공명선거추진단을 구성한 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서 공개한 고발장을 입수해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추진단은 특히 지난해 4월 3일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전송된 고발장이 전송 시점엔 반영하기 어려운 내용까지 담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고발장은 전송 당일인 3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 발언을 담고 있는 데다, ‘채널A 사건’ 제보자 지모 씨와 MBC 기자의 대화 내용 등 당시 시점에서 알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됐다. 고발장 6페이지에 지모 씨를 ‘피고발인’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정작 피고발인 13인 명단엔 빠진 점도 논란거리다. 고발장이 13페이지까지 평어체로 쓰였는데 14페이지부터 경어체로 바뀐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손준성 검사가 전달했다는 지 씨 실명 판결문에 검찰 형사사법시스템(킥스) 일련번호가 없다”며 “이 문서가 검찰발이라는 대전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15 총선 개입이라는 프레임을 맞추기 위해 고발장을 4월 3일에 보냈다고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뉴스버스의 이진동 발행인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상당히 역할 분담이 이뤄져서 자료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발장이 (역할을) 나눠서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자신을 제보자라고 주장한 A 씨는 9일 JTBC 인터뷰에서 “김웅 의원에게 자료를 받았고, 김 의원이 전화로 ‘대검에 고발장을 접수하라’고 했다”면서도 “당에 따로 자료를 전달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발행인은 “(뉴스버스 제보자와) 동일한 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연·이후민·손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