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孫PC 포렌식했지만 물증 못찾아… 수사신중론으로 분위기 급변

감찰부 ‘尹 혐의 적용 어렵다’
법무부에 법리의견 보고한 듯

‘檢의 선거개입 비칠라’ 우려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지난해 4월 총선에 개입하기 위해 여당 인사를 야당에 청부 고발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인 대검찰청이 강제수사 전환이 쉽지 않다는 ‘신중론’으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진상조사를 맡은 친정부 성향의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도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해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는 지난 2일 청부고발 의혹이 불거진 직후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지만, 이날까지 13일째 감찰 및 수사 전환을 못 하고 있다. 그동안 손 검사가 사용했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PC와 제보자 조성은 씨의 휴대전화를 입수해 디지털 포렌식을 했으나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찾지 못한 게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손 검사가 고발장 작성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물증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여당 인사에 관한 고발장을 작성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검찰 관계자는 “진상 조사에서 혐의가 있다면 즉시 수사로 전환할 수 있는데도 못한다는 건 물증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검 감찰부는 법리 검토를 진행해 윤 전 총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내부에선 또 정치적 이유로도 강제 수사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검 핵심 간부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1년 5개월 전 일을 대선 시점에 문제 제기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일 수 있다”며 “(검찰 수사가) 선거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대검의 한 차장검사도 “대통령도 명예훼손을 당하면 직접 고소를 하는 현실에서 검찰총장이 왜 고발을 사주하겠느냐”고 했다. 한 전직 대검 간부도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정치권에 이용당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검은 고발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공수처가 검사 비위 수사와 관련해 우선권을 갖고 있어 검찰이 중복 수사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탓도 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