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온’ 미술관·박물관… 음식 대신 걸작 ‘폭식’ 할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미화 학예연구관의 해설로 만나는 국립현대미술관(MMCA)의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왼쪽 사진)과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의 가상현실(VR) 전시.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 ‘클릭’으로 만나는 전시·행사

- 큐레이터와… VR로…
‘이건희 컬렉션’등 집콕 관람… 미술한류 영상시리즈도 주목

- 곳곳 비엔날레의 향연
서울·청주·대구 등 미술축제… 홈페이지에 VR 전시관 마련

- 박물관 온라인 전시관
김홍도부터 셰익스피어까지… 해설 들으면서 생생한 체험

- 조선의 문화유산 만끽
추석에 4대 宮·왕릉 등 개방… 창경궁 ‘보름달 띄우기’ 행사

‘빈지 워칭(binge watching)’, 즉 ‘몰아보기’는 코로나19 시대 ‘집콕 생활’이 낳은 새로운 문화 소비 형태다. TV 드라마나 영화 등을 완전 정복하듯 한꺼번에 몰아 보는 것을 말하는데, 5일에 달하는 이번 추석 연휴야말로 빈지 워칭을 할 만한 절호의 기회다. 이번 연휴 몰아보기 리스트에 미술관과 박물관 관람도 포함시키길 권한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부터 각종 미술 축제, 조선 왕궁과 왕릉 개방 등 놓치기 아까운 전시와 행사가 이어진다. 여전히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오프라인 관람 기회를 못 잡았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큐레이터와 도슨트 해설을 곁들인 온라인 전시가 다채롭게 마련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전시는 특히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메타버스(확장형 VR) 등 첨단기술의 옷을 입은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만나 볼 기회다.

◇이건희 컬렉션 등 미술관 걸작의 세계 = ‘이건희 컬렉션’은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시 중이지만 아직 보지 못했다면 MMCA의 ‘추석맞이 집으로 on 미술관’을 눈여겨볼 만하다. 미술관의 전시 관련 콘텐츠 38개를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데, 특히 전시 예약 경쟁이 치열한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집에서 큐레이터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즐길 수 있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유영국 등 20세기 초·중반 한국 미술의 대표적 거장 34명의 작품이 소개된다.

‘정상화 전’ ‘올림픽 이펙트: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 ‘국립현대미술관 드로잉 소장품전’ 등은 VR 영상으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미술한류 MMCA VR 시리즈인 이수경의 ‘달빛 왕관’은 조회 수 22만 건을 기록하고 있는 인기 영상이다. ‘어린이를 위한 집에서 만나는 미술관’은 마르셀 뒤샹, 이중섭, 안규철 등을 소개한다. 어린이미술관의 일부 전시도 역시 VR로 준비돼 있다. ‘관장이 들려주는 소장품 이야기’도 흥미롭다. 윤범모 MMCA 관장이 오지호의 ‘남향집’, 장욱진의 ‘마을’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가상현실(VR)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회 모습.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홈페이지 캡처

경기도미술관의 소장품전 ‘빈지 워칭;14284″’도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다. 미술관이 2018∼2020년 구입한 회화, 드로잉, 판화, 사진, 조각, 공예, 설치, 뉴미디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현대 미술 작품을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숫자 ‘14284″’는 1만4284초, 즉 4시간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다.

◇다채로운 미술축제들 = 9월에 개막한 미술축제들도 주목할 만하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9월 1일∼10월 31일), 청주공예비엔날레(9월 8일∼10월 17일),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9월 8일∼11월 21일), 대구사진비엔날레(9월 10일∼11월 2일) 등 다채로운 미술축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특히 오프라인 전시뿐 아니라 한층 강화된 온라인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이들 비엔날레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현장 전시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VR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감독과 큐레이터가 작품을 소개하는 영상관, 작품에 대해 글로 설명한 온라인 전시 도록도 있다.

◇박물관의 명품 전시·추석 풍속 몰아보기 = 박물관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전시관은 명품 전시를 집에서 몰아볼 기회다.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전시관에는 코로나19에도 높은 인기를 끌었던 전시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를 VR로 즐길 수 있다. 마우스를 클릭하고 드래그하면 마치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며 오프라인 전시를 보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김홍도가 바라본 세상’을 비롯한 테마영상, ‘호모 사피엔스:진화∞관계&미래?’ 등 앞선 전시를 압축한 소개 영상도 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추석에 즈음해 즐기던 민속놀이들을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온라인 공연으로 제공한다. 경기 이천 지역에서 추석날 저녁 함께 모여 즐기던 동물가장놀이인 ‘이천 거북놀이’, 경기 양주 지역에서 추수를 마치고 새로운 곡식을 맞으며 행한 경사굿 ‘양주 소놀이굿’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두 민속놀이 모두 지역 공동체의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려 즐겨온 행사인 만큼, 간접적으로나마 함께하는 명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만하다.

◇왕궁과 왕릉 = 조선 왕궁과 종묘, 왕릉 몰아보기도 추천할 만하다. 문화재청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창경궁과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등 조선 4대 궁과 종묘, 조선 왕릉을 개방한다. 상대적으로 감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야외를 걸으며 조선의 문화유산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창경궁관리소는 17∼23일 오후 6시 30분∼8시 30분 창경궁 풍기대 주변에 대형 모형 보름달을 띄우는 ‘궁궐에 내려온 보름달’ 행사를 연다. 오후 9시까지로 돼 있는 야간 개방 시간에 창경궁을 방문하는 관람객은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경기 고양 서오릉에서는 그동안 비공개로 관리된 명릉(숙종릉) 재실이 개방돼 ‘조선왕릉 가을 풍경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 서오릉 후문 입구에 있는 명릉 재실은 전면 행랑채 일부와 재실 본동만 남기고 모두 훼철된 상태였는데 근래에 보수됐다.

장재선 선임기자·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