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자금조달 난색 표명에… ‘대장동 분리개발’ 선회 특혜의혹

하나銀 “결합개발땐 리스크”
성남의뜰에 공문 보낸 이후
성남시, 분리개발로 변경 결정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대장동 개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사업 시행사 성남의뜰에 해결사로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속했던 하나은행은 2015년 12월 23일 성남의뜰에 대장동·제1공단이 결합 개발될 경우 자금 지원이 힘들 것이라고 통보했고, 이에 이 지사는 이러한 통보 21일 만인 2016년 1월 13일 두 사업 분리개발 추진에 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지사가 컨소시엄에 민간사업자로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와 성남의뜰에 분리개발 결정을 통해 사실상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20일 문화일보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5년 12월 23일 하나은행이 성남의뜰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제1공단 지역 소송으로 대장동·제1공단 개발사업의 진행이 중단될 위험이 존재한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선 매우 큰 리스크로 작용해 현재 개발 계획·소송하에선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통보했다. 이어 “제1공단 지역이 분리될 경우, 당행 및 타 금융기관의 내부 의사결정기구 승인을 전제로 사업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성남의뜰에 2250억 원을 장기차입금 명목으로 빌려준 하나은행이 당시 자금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대장동 사업이 좌초될 수 있었다. 다급해진 성남의뜰은 2016년 1월 6일 이사회를 열고 두 사업 분리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요청할 것을 결정했다. 이후 성남도공은 2016년 1월 12일 분리 추진을 성남시에 보고했고, 이 지사는 다음 날 결재했다. 줄곧 결합개발을 치적으로 강조하던 이 지사가 분리 추진을 승인해 사업자 선정이 취소될 위기에 빠진 성남의뜰을 구해준 것이다. 송 의원은 “이 지사가 성남의뜰 뒷수습을 도맡아 하는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