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눈치만 보다 개혁 손놓은 정부… ‘연금고갈 부담’ 미래세대로 전가

■ ‘국민연금개혁’ 왜 표류하나

정치적 후폭풍 우려 사실상 회피
코로나까지 터지자 ‘동력 상실’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민연금 개혁은 표류하면서 손을 대지 못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연금 보험료 인상과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떠안지 않기 위해 연금 개혁을 미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득의 9%(보험료율)를 보험료로 내고 노후에 생애 소득의 40%(소득대체율)를 받도록 설계된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들고 보험료를 받을 사람은 늘어나서다. 하지만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은 정부와 집권 여당 지지율에는 정치적으로 큰 부담 요인이다.

이번 정부에서도 국민연금 개혁은 답보했다. 정부는 2019년 8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유보되자 연금개혁 추진을 아예 중단해버렸다.

경사노위는 연금개혁의 핵심인 소득대체율 조정과 보험료율 인상 범위를 놓고 2018년 말부터 씨름해왔으나 끝내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는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2018년 12월 정부가 4가지 개편안을 내놓고 사회적 합의를 요구한 것부터 보험료 인상 후폭풍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였다는 얘기다. 결국 정부에 이어 경사노위에서도 단일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국회로 공이 넘어갔지만 논의는 유보됐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게 뻔한 국민연금 개혁안은 국회 논의의 동력을 얻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문 정부에서도 국민연금 개편이 미완으로 남게 되면서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넘겨졌다. 여당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국민연금 개편 동력을 상실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이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인데 코로나19 사태 탓에 가계 소득 등이 악화하는 와중에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실정상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문 정부 임기 중반을 지난 시점에 터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의 연금 개혁 의지가 크지 않았고 사실상 회피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 정부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표류하면서 결국 미래세대가 부담을 지게 됐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연금이 빠르게 고갈되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연금 개혁에 나서 비판도 듣고 돌팔매도 맞으면서 국민을 설득하고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