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비축량까지 푼다지만…‘장비 가동중단 · 운송 포기’ 속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요소수 대란으로 산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산업연맹 회원들이 요소수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일부 건설현장 공사중단 위기
全산업계 연쇄피해 우려 확산

中과 계약맺은 요소 1만8000t
“외교로 풀면 2 ~ 3일내 들어와”

軍병력·물자운용 차질 불가피
“아랫돌 빼 윗돌 괴는 대응일뿐”

정부가 다음 주에 베트남에서 요소 200t을 공수하기로 했지만 이는 차량용 요소수 하루 분량을 감당하는 데도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산업현장과 일상생활에까지 연쇄적인 피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 당국이 비축 물량 8개월치의 41%에 해당하는 200t을 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현장에서는 요소수 부족으로 건설기계 장비 가동을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하루에 필요한 차량용 요소수는 약 900t(90만ℓ)에 달한다. 당장 요소수 부족에 따른 급한 불을 끄려면 중국 통관 절차에 막혀 있는 요소 수입 물량을 먼저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장 가동 중단 위기로 비상이 걸린 대기업 A사 관계자는 “국내 산업계가 중국과 수입 계약을 맺었으나 중국 통관 과정에서 막힌 요소 물량만 1만8000t에 달한다”면서 “통관만 풀면 이 물량으로 약 3개월치의 요소수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요소수에 들어가는 요소 함량은 약 30%로, 요소 1t으로 3t의 요소수를 만들 수 있다. 석유화학 기업 B사 관계자는 “외교적으로 중국의 통관 절차만 적기에 풀릴 경우 배로 2, 3일이면 수입 물량을 들여올 수 있다”면서 “정부가 정작 가장 중요한 해법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의 태도를 보여 속만 태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는 요소수 원료의 98%를 중국 수입에 의존해 왔지만 이달 들어 중국의 요소 공장 가동률조차 56.9%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전 산업계의 연쇄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주말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설기계 노동자 10명 중 3명은 요소수 부족으로 장비 가동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은 물량도 7~12일분에 불과해 이달 중순이면 요소수 물량이 전부 소진될 처지다. 건설업계에서는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되면 시멘트와 철근 등 건설 핵심 자재 공급이 제대로 안 돼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이라 자체적으로 요소수를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물차 역시 운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요소수 가격이 5~10배 오르니 지난 주말부터 운행을 못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운송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비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정 주유소와 협의해 운송기사에게 요소수 가격 일부를 지원해주며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국내 유통망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군의 요소수 비축량이 8개월치에 불과한데 41%를 민간에 풀겠다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 요소수 재고량은 486t(연간 수요 683t)이다. 정부는 이 중 최대 200t을 민간에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1만607대에 달하는 병력·물자 수송용 디젤 차량의 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공군 비축량이 4개월, 해병대가 5개월치로 가장 취약한 편이었다. 추 의원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안이한 대응”이라며 “안보와 안전까지 내팽개친 ‘무비유환’ 정권이라고 자인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관범·황혜진·이희권·서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