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사퇴 강요’ 수사 2주… ‘이재명 직권남용’ 뭉개는 檢

종용 당사자 유한기 소환 안해
정진상 - 이재명으로 이어지는
직권남용 의혹수사 제자리 걸음

유동규 첫 공판 24일로 연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함께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수사 중인 검찰이 녹취록상 사퇴 종용 당사자인 유한기 전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을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어 수사 의지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퇴 압박의 피고발자이자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최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현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에 대한 직권남용 의혹 수사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9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유경필)는 지난달 27일 황 전 사장 ‘사직 강요 의혹’과 관련, 당시 성남시장이자 임면권자였던 이 후보와 성남시 및 성남도공 관계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수사 착수 2주일이 돼 가지만, 황 전 사장에게 “시장님 명”이라며 사직을 요구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무성 사퇴 압박 의혹’은 유 전 본부장이 2015년 2월 6일 황 전 사장을 찾아가 ‘윗선의 뜻’이라며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으로, 황 전 사장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유 전 본부장은 사표 제출을 거절하는 황 전 사장에게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일이다. 시장님 얘기”라고 전했다. ‘시장님’ 외에도 ‘정 실장’이라는 단어도 수차례 등장한다. 황 전 사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 배분을 놓고 민간사업자가 아닌 성남도공의 이익 극대화를 추진한 인물로, 결국 사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임기를 1년 7개월이나 남겨 놓고 2015년 3월 사직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선 이 후보의 복심으로 꼽히는 정 전 실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수사 단계상 유 전 본부장 소환 조사가 선행돼야 정 전 실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검찰이 지난달 29일부터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논란과 관련해 발 빠르게 성남시청 감사실을 압수수색 했지만, 결정적 소득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한 전직 검사는 “직권남용 공소시효가 내년 2월에 끝나는 만큼 그 전에 관련 의혹 수사를 모두 마쳐야 한다”며 “당시 인사권자였던 이 후보를 빼고는 직권남용 혐의를 논하기 어려운 만큼 유한기-정진상-이재명으로 이어지는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편 법원은 당초 10일로 예정했던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구속)의 첫 공판을 24일로 연기했다.

이해완·윤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