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은 정부기관에 압력행사… 기관은 특정 지표만 사용할수도

■ 정부광고 제도 개편안

핵심·기본 지표로 다양화하고
인쇄매체는 열독률 활용하기로
조사의 공정성·정확성 논란에
언론 자율권 침해 우려도 나와

문화체육관광부가 1일 발표한 정부광고 제도 개편안은 정부광고 집행에 언론의 영향력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반영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 데다 인쇄매체 열독률 조사의 공정성 및 정확성 논란, 언론 자율권 침해 논란 등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개편안의 핵심은 정부광고를 실을 매체를 선정하기 위한 지표를 다양화한 점이다. 지금까지는 정부광고 집행 시 신문 등 인쇄매체는 ABC협회의 부수공사 결과, 방송은 시청률·청취율, 인터넷매체는 이용률 등 ‘효과성’ 지표만 활용해 왔다. 개편안은 ‘핵심지표’와 ‘기본지표’로 구성된다. 핵심지표에는 △열독률(인쇄매체), 시청률(방송), 이용률(인터넷매체) 등 ‘효과성’ 지표 △언론중재위원회 직권조정 및 시정권고 건수, 매체자율심의기구 참여 여부, 편집·독자위원회 설치·운영 여부 등 ‘신뢰성’ 지표 등이 포함된다. 기본지표는 매체 정상 발행 여부와 법령 준수 및 제세 납부 여부, 인력 현황 등이 포함된다.

효과성 지표는 5개 구간으로 나눠 구간별 5점씩 차이가 나도록 했다. 신뢰성 지표의 언론중재 항목은 3개 구간으로 구간별 3점씩 차이를 두고, 자율심의 항목은 참여 여부에 따라 2점, 편집·독자위원회 항목은 설치·운영 여부에 따라 1점의 차이를 뒀다. 문제는 이들 지표의 반영 비율이 광고 매체 선정 때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광고주인 정부기관들에 ‘효과성 지표 > 신뢰성 지표 > 기본지표’ 순으로 중요하게 반영하고, 효과성 지표를 50% 이상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는 권고 사항일 뿐 정부기관이 특정 지표를 100% 반영하겠다고 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정권 핵심이 광고주인 정부기관들에 압력을 행사해 언론 길들이기에 나설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광고 효과 판단 수단으로 인쇄매체의 경우 열독률을 활용하기로 한 것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전문가 자문을 거쳐 2022년 인쇄매체 광고 지표로 활용하기 위한 열독률 조사를 진행 중이며, 12월 말까지는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5개 구간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을 가능성, 특정 지역이나 직역에 기반한 인쇄매체가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정성·정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열독률 조사 결과뿐 아니라 과정 등도 모두 투명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독자위원회 설치·운영 여부를 평가 지표에 포함한 것도 논란이다. 전체 지표에서 배점이 크지 않지만, 언론사 자율에 맡겨야 할 사안을 사실상 강제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