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돈풀고 끝나면 정산… 손실보상금도 ‘정치득실’ 따졌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소상공인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손실보상금 500만 원 선지급 결정을 발표한 31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 한 음식점의 방역패스 안내문 너머로 한 손님이 QR 체크인을 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1분기 보상금 500만원 선지급

자영업자 달래기 정책적 판단
이재명 후보 주장 방식 수용해
일각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
선지급 후정산에 정치적 의구심”

정부가 31일 자영업자 55만 명을 대상으로 내년 1분기 손실보상금 500만 원을 ‘선지급·후정산’하겠다고 발표한 건 표면적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위무(慰撫)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제기된 손실보상금 선지급 방식이 대선을 코앞에 둔 미묘한 시기에 급작스럽게 수용되면서 현금을 동원한 표심 확보용 정책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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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와 정부 발표 과정을 보면 각 부처·전문가·업계 간 합의와 조율에 따라 보상금 대책이 도출됐다기보다는 자영업자들을 달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급 업무를 맡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도 이날 보건복지부의 공식 자료가 배포되기 전까지 손실보상금 관련 사안에 대해선 세부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공지를 통해 “이번 대책은 그간 정부에서는 단 한 차례도 시도되지 않았던 선지급 보상 방식”이라며 “중기부는 향후 집행 절차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만 했다. 정부와의 협의에 참여해 온 한 자영업계 관계자는 “매번 나오는 정부 발표를 보면 사실상 업계와의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밝혔다.

앞서 손실보상금 산정 방식, 방역지원금 100만 원 지급 방안 등을 내놓은 뒤 오히려 역풍을 맞았던 정부는 이번엔 금액을 500만 원으로 올려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조삼모사’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조지현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500만 원 선지급·후정산이라는 건 일단 돈을 먼저 준 뒤 나중에 실제 피해액에 따라 차액을 다시 가져가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대다수 자영업자가 1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받고 있는데 500만 원 선지급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고 했다. 이창호 자비대위 공동대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먼저 돈을 주고, 나중에 다시 정산을 하겠다는 정부 방안에 의혹이 생긴다”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처럼 먼저 돈을 준 뒤 추후 일부를 다시 가져가는 방식이라면 자영업자 입장에선 돈을 빼앗기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고 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공동대표는 “정부 규제에 항의하기 위한 집단휴업 찬반투표 결과가 30일 나왔는데 찬성이 90% 이상”이라며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4일 전체 회의에서 휴업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