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식량가격 폭등 우려 고조…우크라, ‘수출금지’ 결의안 통과

러 디폴트 가능성도 점점 커져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의 증산 기대로 국제유가는 안정세를 찾았지만 밀, 옥수수 등 주요 식량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는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공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의 수급 안정을 위해 식량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도 강해지는 가운데 러시아는 건재를 과시하며 대응 체재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채무불이행(디폴트)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9일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각료 회의를 열고 밀, 옥수수, 소금, 귀리, 메밀, 기장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로만 레쉬첸코 우크라이나 농식품부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고 시장을 안정시키며 중요한 식품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출 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조치는 주요 식량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이날 국제 밀 선물 거래 가격은 부셸(bu)당 11.1달러로 지난달 대비 41.2%나 올랐다. CN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밀 가격이 급등해 2008년 이후로는 볼 수 없었던 가격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강도 역시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러시아는 “경제 전쟁에 맞설 것”이라며 결연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디폴트 가능성은 점차 커지는 상태다. 실제 JP모건이 오는 16일 러시아의 1차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피치,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모두 러시아의 국가 신용 등급을 ‘부도 직전’으로 강등했다.

러시아 내부의 경제상황도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루블화가 연초대비 90% 가까이 떨어지며 생활물가가 30%가량 오르자 이날 러시아 하원 소관위원회는 생필품에 대한 정부의 가격통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료품은 물론 건설자재, 비료, 농기계, 의약품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국민차 ‘라다’ 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국제사회 제재 탓에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의 조달이 막혔기 때문이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