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역균형 성패 ‘기업 환경’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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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산업부장

지역 불균형 신정부 최대 과제
인구·일자리 수도권 과밀 위험
방치 시 국토·인재 소멸 ‘패닉’

첫 균형발전특위에 중책 부과
공공 배분 기댔다간 실패 전철
기업도시 통해 활력 창출해야

불과 1년 전만 해도 검찰 총수였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맞닥뜨리게 될 어려운 정책적 난제는 무엇보다 ‘양극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상·하위 빈부 격차 확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 등 근대화, 산업화, 고도성장 과정에서 오랜 기간 누적된 격차다. 코미디 같지만, 패딩 브랜드에 따라 계급이 존재한다고 느낀다는 ‘패딩 양극화’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웃고 넘길 수도 없을 지경이다. 상대적 박탈감과 갈등으로 점철된 긴장 국면의 해소와 연착륙을 위한 노력은 이제 간과할 수 없는,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이 됐음을 누구나 인정해야 한다. 숨죽이던 중소기업계조차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차지하고, 99%의 중소기업은 25%에 그친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경제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윤 당선인 발표 후 성명에 가까운 논평을 낼 정도가 됐다.

윤 당선인이 일성으로 통합을 강조하고, 인수위에 지역균형발전특위를 가동키로 한 것은, 이런 위기의 배경과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은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여러 양극화 과제 중에서 지방과 중앙,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현격한 격차, 경제력 유출 및 집중, 인재 유출과 소외, 일방적인 한쪽의 쇠락(衰落)과 쇠퇴, 국토의 비효율적 운용이란 복잡다단한 내홍의 성격을 띤 게 지역 불균형 문제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역의 후퇴는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보면, 특단의 대책 없이는 이제 회생을 쉽게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으로까지 전락했음을 실감케 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지역경제포럼’을 구성해 1차로 부산·울산·경남지역 경제 현황을 살핀 결과도 충격적이다. 전국 매출액 1000대 기업이 10년간 이 지역에서 24% 줄었고, 향후 성장잠재력 지수도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선 징후가 없다는 의미다. 이 조사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나올 다른 지역 경제 지표는 더 악화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역 경제의 쇠퇴는 김영수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원의 진단처럼 전문직 종사자 수, 청년 인구의 감소로 인적 자본 역량을 떨어뜨려 성장 동력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역 생산의 쇠퇴와 활력의 저하는 소득 감소로 인재 유출, 출산율 저하, 인구 감소란 악순환을 초래해 ‘유령도시’로 전락시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했더니, 일자리를 찾기 위한 20∼30대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이 심화하고 있다. 지방과 중앙의 분절, 지역 위축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지역에서 인재를 찾을 수 없으니, 본사나 연구센터를 수도권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다음 등 지방에 본사를 둔 초우량 기업들도 그런 하소연을 할 정도다.

이런 결과는, 향후 윤 정부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밑그림과 방향이 지역 경제 활력과 진흥, 부활을 위한 산업 육성과 투자, 연구·개발(R&D) 및 창업 지원 쪽에 보다 비중을 두고 초점을 맞춰야 함을 보여준다. 과거 인위적인 공공기관 이전과 배분, 나눠먹기식 진흥 정책은 반짝 세수 증대 외에는 ‘산소호흡기’ 기능만 할 뿐이란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투자와 고용의 산실로, 지역 활력의 중추 역할을 할 기업의 지역 특성별 산업 유치 마스터플랜을 수렴하고 투자 의욕 증대를 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지역균형발전 정책 과정에서 기업을 ‘등용(登用)’하지 않으면, 지역 간 성장 차이는 더 노골적으로 확대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투자로 지역 금융 혈관이 개선되고 젊은 청년이 넘쳐나며 부동산 경기가 늘 활력을 유지하고 있는 경기 평택, 용인, 이천의 사례를 ‘금과옥조’ ‘타산지석’으로 삼아 검토해야 한다. 이때 경계해야 할 것은, 수도권 기능을 떠넘기자는 식의 발상이다. 아직 균형발전위나 인수위 차원에서 지역 발전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기업과 교감하겠다는 시그널을 접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지역균형발전이 ‘오방난절’로 흐르지 않을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새로운 부(富)와 활력을 불어넣을 맞춤형 기업도시를 키워 지역 경쟁력을 올곧게 갖출 중대한 전환점이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