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판 핵 선제타격론 제시…현수준 한·미 공조로는 대응력 부족”

북한 전문가들 분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국가의 근본이익 침탈 시도가 있을 때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북한판 핵 선제타격론으로, 지금까지 거론된 북한의 핵 사용 의지 중 가장 공세적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핵 위협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의 행보에 “현재와 같은 수준의 한·미 공조로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부족하다”는 우려를 내놨다.

27일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연설을 지난 5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핵 전투무력 동원’ 관련 발언과 연계하면 핵 사용 시기와 용도·대상 측면에서 가장 공세적”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일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 전투무력이 동원되게 된다”던 김 부부장의 발언보다 한발 더 나간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앞으로 북한은 자신들이 공격이나 침략을 받을 때뿐만 아니라 이익을 침탈당하는 특정 상황에서는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공세에 한·미 공조 강화와 북한 체제 변화 도모 등 추가 대응 필요성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한·미는 현재 수준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지 못한다”며 “역사적 전례가 없고, 확장억제만으로 북한의 핵 도발을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용히 북한 체제의 변화도 도모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휴전선에서만 남북관계를 찾을 것이 아니라 중국 단둥(丹東) 등으로 다양화해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