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있는 이천은 ‘골프 8학군’… 최종 목표는 이븐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민수 도드람양돈농협 마케팅본부장이 지난해 6월 경기 용인의 코리아CC 레이크 코스 8번 홀에서 생애 첫 홀인원을 경험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민수 제공

■ 우리 직장 高手 - 김민수 도드람양돈농협 마케팅본부장

젊은 직원들에게 입문 추천
함께 즐기며 친밀감도 높여

라운드때 본적 없는 홀인원
작년 자선대회에서 첫 경험
승진까지 해 ‘연이은 행운’

“동반자에 짐 안되려 노력
은퇴 후엔 아내와 라운드”

이천 = 오해원 기자

김민수(50) 도드람양돈농협 마케팅본부장은 전형적인 주말 골퍼다. 직장 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골프에 입문해 이제는 동료와 골프를 통해 회사 생활의 어려움을 씻는 편이다. 과거에는 회식이 선후배 간의 연결고리가 돼줬다면 최근 들어 골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사내 젊은 직원들에게 골프를 추천하고 함께 즐기며 친밀감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기 이천의 도드람테마파크에서 만난 김 본부장은 “2006년에 처음 골프를 접했는데 그때는 말 그대로 머리만 올린 수준이었다. 2014년에 도드람양돈농협에 입사한 뒤에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직장이 있는 이천을 ‘골프 8학군’이라고 불렀다. 이천은 물론, 안성과 여주, 광주, 용인 등 가까운 지역에 많은 골프장과 연습장이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의미다. 김 본부장은 “골프는 자신이 무리하지 않는다면 다른 종목과 비교해 부상 염려가 크지 않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연습을 하며 복잡했던 머리를 비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라운드를 함께 나가는 동반자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참 좋다. 그래서 주변에 골프를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동료 직원에게 골프를 전파한 덕분에 김 본부장은 최근 직장 동료와 골프를 즐기는 기회가 많아졌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들과 골프 라운드를 함께했지만 최근에는 동료들과 함께한다. 연배가 비슷한 이들뿐 아니라 20∼30대 후배 직원에게 요청을 받아 퇴근 후 인근의 스크린골프장에서 골프 대결도 종종 하는 편이다.

김 본부장은 “출근하기 전이나 퇴근 후에 어렵지 않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라 나이 차가 있는 직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추천해 함께 즐기려고 노력한다. 골프는 이제 회사 업무를 도와주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김 본부장은 172㎝, 70㎏으로 체구가 크지 않다. 드라이버를 230∼240m 보내지만 7번 아이언 거리가 135∼140m 정도로 비슷한 체구와 구력을 가진 동반자보다 아이언 거리가 반 클럽 정도 짧다. 그래도 비거리 욕심을 내기보다 안정적으로 실수 없이 골프를 즐기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함께 라운드하며 동반자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김 본부장의 독특한 골프 철학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골프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골프를 즐기는 이유는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동반자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연습하고 노력한다”며 “귀한 시간을 내서 즐겁게 골프를 하러 갔는데 내 실력이 부족해 좋은 사람과 좋은 풍경을 함께하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80대 초중반 스코어를 안정적으로 내는 편인 김 본부장의 라이프베스트는 77타. 2020년 가을 경기 화성의 리베라CC에서 경험했다. 버디를 많이 잡지 못했지만 두 번째 샷이 기가 막히게 떨어져 큰 위기 없이 라운드를 마친 덕분에 대부분 홀을 파로 막았다. 길지 않은 골프 구력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역시나 홀인원이다. 이글 경험이 없는 김 본부장은 2021년 6월 용인의 코리아CC에서 열린 한 자선골프대회에 초청돼 생애 첫 홀인원을 맛봤다. 김 본부장은 “직원들과 자주 스크린골프를 하면서도 홀인원을 못했는데 감사한 분들과 함께한 뜻깊은 자리에서 사고를 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본부장은 “(홀인원을 한) 레이크 코스 8번 홀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아일랜드 홀이다. 내가 가장 먼저 티샷을 했는데 홀에 가까이 붙은 공이 그대로 들어가 버렸다”면서 “동반자뿐 아니라 앞 조와 뒤 조에서 함께 그 장면을 보고 환호하고 축하를 받았다. 그동안 골프를 하며 동반자가 홀인원을 하는 것도 못 봤는데 내가 직접 하며 처음 봤다”고 말했다.

예상 못 한 홀인원은 김 본부장에게 연이은 행운을 가져다줬다. 김 본부장의 명함에는 마케팅본부장 외에 도드람양돈농협의 자회사인 도드람에프씨의 대표이사라는 직함도 있다. 김 본부장은 경영전략 전문가로 농민이 만든 도드람양돈농협에 입사, 능력을 인정받아 다양한 경제사업을 운영하는 신설 법인의 책임자로 발탁됐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승진하며 신설 조직을 맡았는데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며 “동료들과 큰 잡음 없이 기초를 다지는 작업 이상의 성과를 내며 한 해를 마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건강도 잃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의 골프 목표는 이븐파 달성, 그리고 아내와의 동반 라운드다. 직장 생활을 하는 골퍼가 언더파까지 노리기는 쉽지 않은 목표라는 걸 인정한 그는 현실적인 목표로 이븐파를 꼽았다. 김 본부장은 “골프에서 남는 것도, 모자란 것도 없는 것이 이븐이다. 그래서 은퇴 전까지 꾸준히 노력해 이븐파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며 “은퇴 후에는 오랫동안 주말부부로 살았던 아내와 함께 골프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