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의 이야기라도, 누군가는 들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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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비평가주간 폐막작 선정
‘다음 소희’ 연출 정주리감독
“콜센터 실습생 사망 비리 고발”

칸(프랑스) = 안진용 기자

“아무리 작은 이야기라도 누군가는 귀를 기울여준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를 연출한 정주리(사진 오른쪽) 감독은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다음 소희’는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학생 소희(김시은 분)가 콜센터로 실습 나간 후 겪는 끔찍한 일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16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전주 콜센터 현장 실습생 사망 사건은 정 감독이 이 영화를 준비한 계기가 됐다.

25일(현지시간) 칸 공식 상영 후 한국 취재진과 만난 정 감독은 “왜 성년이 되지 않은 고등학생이 콜센터로 실습을 나가고, 이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참 희한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한국적인 이야기가 외국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올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상영회 직후 눈물짓는 이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말(이야기)이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다음 소희’는 크게 두 파트로 진행된다. 콜센터에서 고통받던 소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과정이 1부라면, 2부는 형사 유진(배두나 분)이 소희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을 고발한다. 2014년 폭력에 노출된 아이를 보듬는 이야기를 그린 ‘도희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받았던 정 감독은 또다시 사회 고발 메시지를 담은 것에 대해 “‘도희야’를 만들며 다짐한 게 있다. 소수자의 이야기라도 내가 열심히 하면 어디선가 누군가는 귀를 기울여준다는 믿음을 갖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 중 소희 역을 맡은 신인 김시은(왼쪽)은 “시나리오를 읽고 소희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꼭 나오길 바랐다”면서 “콜센터 직원을 연기하며 비록 연기였지만 상대방이 성희롱 식으로 말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점차 소희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 정작 콜센터에 전화할 때 내 자세는 어땠는지 돌아보고 되더라”고 전했다.

정 감독은 ‘도희야’에 이어 ‘다음 소희’에서도 부조리한 현실과 그 앞에서 무력함을 느끼는 경찰 역으로 배우 배두나를 캐스팅했다. 정 감독은 “배두나를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시나리오를 보낸 다음 날 아침에 ‘빨리 만나자’고 하더니 ‘얼굴 보고 캐스팅 제안을 수락하려고 했다’고 하더라”면서 “배두나는 영화 중간부터 등장해도 끝까지 관객을 사로잡는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진 배우다. 영화 구성 때부터 지금까지 제 굳건한 동지인데, 지금 영화제에 같이 있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고 토로했다. 배두나는 미국에서 차기작 촬영 관계로 칸에는 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