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연극 감독” 피터 브룩 97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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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연극사에 한 획을 그은 연출가 피터 브룩이 3일 프랑스 파리에서 97세 나이로 별세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이날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연극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며 브룩의 부고 소식을 전했다. 1925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브룩은 1974년 파리로 이주해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17세에 연극 감독으로 데뷔하며 천재라는 찬사를 받았던 브룩은 92세까지 현역으로 일했다. 특히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모든 무대를 흰색으로 꾸민 1970년 ‘한여름 밤의 꿈’은 그의 대표작으로 남아있다.

브룩은 유럽 슬럼가는 물론 중동, 아프리카, 미국 인디언 보호구역 등에서 공연을 펼치며 일반적인 공식을 파괴했고, 수십 년간 파리 10구에 방치됐던 작은 극장 ‘부프 뒤 노르’를 인수해 국제연극연구센터를 만들어 후대 양성에도 힘썼다. 그는 지난 2004년 프랑스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부프 극장은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라고 자부했다. 딸 이리나는 감독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아들 사이먼도 연출가의 길을 걷고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