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에 얼어붙은 개미 ‘逆 머니무브’…올해 주식 매수 64%↓, 채권은 115%↑

美금리인상에 글로벌 달러강세
위험자산 회피 심리 더 세질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며 주식 거래대금은 줄어든 반면, 채권 매수가 늘어나는 등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을 추월하는 역전 현상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장외채권시장에서 총 6조3456억 원을 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9446억 원) 대비 약 115.49% 오른 수치다.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한 채권은 회사채(3조1635억 원)가 49.8%로 절반가량을 차지한 데 이어 기타금융채(1조5675억 원)와 자산유동화증권(ABS·3413억 원)이 뒤를 이었다.

반면 올해 들어 코스피가 낙폭을 키우자 일평균 거래대금은 급감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21조4670억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9조6930억 원)보다 64.03%나 줄어든 수치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은 지난 13일 코스피의 하루 거래대금은 5조9985억 원으로 올해 들어 처음 5조 원대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020년 2월 17일(5조6392억 원) 이후 약 29개월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대를 돌파하며 하루 거래대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월 11일(44조4338억 원)과 비교하면 86.5%나 쪼그라들었다.

이는 올해 들어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가 오르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고,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금리가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는 심화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리아 토마스 윌밍턴 트러스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강한 달러가 인플레이션 압박을 줄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달러가 강해지면 미국의 수입 물가가 낮아져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반면 원유 등 수입대금을 달러로 지불하는 국가는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이 때문에 WP는 한국·인도·태국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달러 강세로 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