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후판값 급등에 만들수록 적자… 임금인상 엄두 못내”

“기업차원서 해결 못하는 구조”

거제=곽시열·박영수 기자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및 점검 농성 장기화로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하청업체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나 하청업체는 노조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노사 갈등의 핵심은 임금 인상이다. 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청지회 측은 이번 관련, “지난 1월부터 하청업체와 교섭을 벌였지만 대우조선은 하청업체 기성금을 고작 3% 인상하는 데 그쳤고 하청업체는 기성금 인상분을 넘어서는 임금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조선업계는 노조의 이 같은 요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의 선가가 좋지 않아 선주에 인도를 해도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후판 등 강재 가격이 지난해 초 t당 60만 원에서 130만 원으로 올랐다. 선박을 건조할수록 적자가 심화하는 구조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이 감소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당장 기업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원청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일하는 하청업체는 더욱 어렵다.

대우조선 한 협력회사 대표는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을 30% 올리면 단가가 맞지 않는다. 임금을 30% 올리려면 대우조선에서 38% 단가를 올려줘야 하는데 그러면 원청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