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드메·식장·신혼여행비 ‘3重高’… 예비부부 ‘울상’

드레스 피팅비 10만원… 2배로
꽃값 지난해보다 100만원 올라
예식장 식대 10~15% ‘껑충’
국제선항공료 1년새 21% 상승
웨딩업계 “올해는 인상폭이 커”

‘웨딩 물가’가 치솟으면서 예비부부들이 ‘삼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식장, 신혼 여행 비용이 지난해보다 합계 기준으로 수백만 원이 더 올랐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여·31) 씨가 지난해 12월 체결한 스드메 계약 조건 그대로 현재 가격을 웨딩플래너 A 씨에 29일 문의한 결과, 똑같은 조건임에도 35만 원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드레스 투어비(피팅비)만 지난해 5만 원에서 올해 10만 원으로 2배 올랐다”며 “헬퍼 이모님 비용도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렸거나 올릴 예정인 곳이 많다”고 말했다. 투어비는 예비 신부가 드레스숍을 고르기에 앞서 4∼5벌 정도 입어보고 내는 비용을 의미한다.

식대, 꽃값 등을 대폭 올린 예식장도 수두룩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은 최소 꽃값 비용을 지난해 500만 원에서 올해 600만 원으로 올렸다. 또 다른 강남구의 한 예식장은 인당 8만8000원부터 시작하던 식대를 9만8000원으로 올렸다. 서울의 한 호텔도 최소 식대를 1만 원 인상했다. 식장 측은 “꽃값과 식대는 물가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비 신부 이모 씨는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했던 지난해에 비해 최소 보증 인원도 300명까지 늘어난 상황인데, 가격까지 올라 더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에도 해외여행이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지만, 신혼부부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여전히 해외 신혼 여행을 망설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제 항공료는 1년 전보다 21.4%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10월(23.1%)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게다가 환율 폭등도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133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20년 넘게 웨딩업계에 종사했다는 A 씨는 “원래 해마다 비용이 오른다”면서도 “하지만 올해는 인상 폭이 특히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결혼하더라도 계약은 되도록 빨리해두는 게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신혼집 마련 부담도 그대로라는 게 예비부부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내년 1월 결혼을 약속한 30대 직장인 남모 씨는 “워낙 집값, 전셋값이 많이 오른 상태기 때문에 최근의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며 “신혼집을 얼른 구해야 하는데 매수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전셋값은 최근 들어 하락세를 띠고 있다. 전날 한국부동산원의 발표에 따르면 이달 4주 서울아파트 가격은 9주 연속 하락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서울 아파트의 월평균 전셋값이 2019년 4월 이후 39개월 만에 처음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