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지자 투자계획 원점 재검토… 설비투자 증가율 4분기 연속 ‘마이너스’

2012 ~ 2013년 이후 9년여만
하반기에도 부진 면치 못할듯
연말쯤 국내경기 급락 가능성

산업계가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올해 하반기 설비투자 증가율이 크게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특수(特需)를 누리던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 투자 시기와 규모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기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지출 측면에서 파악한 설비투자 증가율은 2021년 3분기 -3.0%, 4분기 -0.2%, 올해 1분기 -3.9%, 2분기 -1.0%로 4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경기 침체기였던 2012년 2분기부터 2013년 1분기까지 설비투자 증가율이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9년여 만에 처음이다. 2012∼2013년 이전에 설비투자 증가율이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 3분기부터 1998년 2분기까지다. 우리나라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0년 2분기 이후 설비투자 증가율이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63년 4분기부터 1964년 4분기까지 단 한 번뿐이다.

경제계는 올해 하반기 설비투자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도체 산업의 설비투자가 연기되거나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반도체 재고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79.8%로 2016년 4월(104.1%) 이후 6년 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고가 급증한다는 것은 시차를 두고 생산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설비투자 축소도 불가피하다. 결국, 반도체 재고 증가→생산 감소→설비투자 감소의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반도체 설비투자가 줄어들 경우 전체 설비투자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미국과 중국 경기가 하강하면서 반도체 수출 증가율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반도체 산업의 업황이 나빠지면 올해 연말쯤 국내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올해 2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속속 발표하고 있지만 3분기부터는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반도체 업체들은 재고 활용으로 공급을 유연화해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단기 설비투자 계획을 재검토하면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글로벌 경기 하강 속도 등에 따라 변수는 남아있지만, 올해 하반기에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이 설비투자를 줄일 개연성이 크다는 의미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