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名士의 건강법>“산에서 시집 읽으면 영혼 맑아져요”...하루 평균 1만5000보 걸어

  • 문화일보
  • 입력 2022-08-11 10:12
  • 업데이트 2022-08-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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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이 10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정발산 둘레길 산책 후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휴가 중인 그는 자신이 초대 회장을 지낸 일산언론포럼에 참석해야 한다며 서둘러 떠났다.



■ 100세 시대 명사의 건강법 -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기상 후 침대에서 30분간 체조
열 손가락으로 머리 두드려줘
기자 출신…3선 국회의원 경력
요즘도 칼럼 기고·시국 강연


“걷는 동안은 죽지 않아요.”

지난 3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에 있는 민족중흥회 회장실에서 만난 정재호(93) 회장이 건강하시냐는 질문에 답변한 첫 마디였다. ‘누우면 죽고, 걸어야 산다’는 뜻의 신조어 ‘누죽걸산’이 떠올랐다. 인터뷰는 지난 8일과 10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인터뷰에 앞서 정 회장은 냉장고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기자에게 권했다. ‘마’즙이었다. “마가 남자에게 좋다”고 했다. 어디에 좋은지 묻자 “면역력 강화에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특별히 주문해서 수십 년째 복용하고 있다. 그냥 마가 아니다. ‘천마’다. 천연에서 재배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말문이 이어졌다.

“건강 자랑은 바보 같은 짓이고, 비웃음거리일 수도 있어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다만, 나는 이 나이에 이렇게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을 뿐입니다”

정 회장은 하루 평균 1만 5000 보나 걷는다. 휴대전화에 설치한 만보기 앱을 보여줬다. 최근 1주일 치를 보니, 1만 2000~3000 보는 기본이고, 2만 보가 훌쩍 넘는 날도 있었다. 입이 쩍 벌어졌다. 젊은 사람도 하루 1만 보를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이용해 매일 경기 고양시 일산 자택에서 광화문 사무실로 출·퇴근하고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면 아무래도 많이 걷게 돼요, 엘리베이터도, 에스컬레이터도 타지 않고 계단을 걸어요. 전동차를 기다리는 동안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걷습니다. 걸을 때도 어깨를 쭉 펴고 사관생도가 걷는 것처럼 씩씩하게 걸어야 해요”

photo 지난 8일 퇴근하기 위해 광화문역으로 내려 가고 있는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그는 지하철을 이용해 매일 경기 고양시 일산 자택에서 광화문 사무실로 출·퇴근하고 있다.


믿기지 않을 정도다. 종종 지하철을 이용하는 기자도 순간 머쓱해졌다. 습관적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때문이다. 퇴근하면 부인과 함께 호수공원을 걷거나 정발산을 오르내린다, “부창부수”라면서 “아내는 나보다 더 잘 걷는다”며 웃었다. 둘레가 5km인 일산호수공원은 한 바퀴만 돌아도 1만 보가 넘는다. 정발산은 해발 88m로 어르신들이 산책 겸 운동하기엔 안성맞춤인 곳이다.

“운동, 멀리서 찾을 거 없어요. 몸 안에서 찾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습관화하면 따로 시간 낼 필요도 없고, 돈도 들지 않아요”

주말에는 북한산을 찾는다. 필수품이 있다. 시집이다. 둘레길을 걷다 힘들면 잠시 쉬면서 시를 읽는다. 그는 시인이기도 하다. 18세 때 박목월 시인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향수’ 등 두 권의 시집도 냈다.

“산에서 시집을 읽으면 머리가 개운해지고, 영혼이 맑아져요. 때 묻은 마음 설거지하는 기분입니다. 최고의 정신 운동이지요. 치매와는 굿바이입니다. 허허허”

정 회장은 보통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8시쯤 일어난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침대 위에서 30분간 자신만의 체조를 한다. “우리 신체는 모두 마디로 구성되어 있어요. 자고 일어나면 그 마디들을 하나씩 풀어줘야 해요.” 우선 손가락과 발가락을 마디마디 풀어준다. 그러고 나서 양손을 오므려서 열손 가락 끝으로 머리 전체를 가볍게 두드려 준다. “머리가 맑아질 뿐만 아니라 시력도 좋아진다”고 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얼굴과 양팔, 두 다리도 손바닥으로 마사지해 준다. 그다음 팔을 크게 원을 돌려가며 손목과 어깨를 풀어주고 누워서 자전거 타기를 하며 다리 운동도 한다. 이어 눈 체조다. 우선 손가락으로 양쪽 눈 안쪽과 눈 밑을 부드럽게 눌러준다. 그리고 눈을 여러 번 깜빡이고 눈동자를 아래위, 좌우로 돌려준 뒤 360도 회전운동을 한다. 귓불을 수차례 잡아당기며 자극을 주는 것도 그만의 관리법이다.

잠을 자는 자세도 독특하다. 바른 자세로 눕지 않고 왼쪽 옆으로 눕는다. 무릎은 절반 정도 움츠린다. 마치 태아가 엄마 뱃속에 있는 자세와 비슷하다. “이 자세가 일종의 수면제”라면서 “잠이 잘 오고 숙면할 수 있다”고 했다. 베게 높이도 15cm 정도가 숙면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높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 출신이다. 서울신문을 거쳐 경향신문 정치부장과 주일특파원, 주월특파원, 편집부국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이런 이력 탓에 지금도 칼럼과 글을 부지런히 쓰고 있다. 지난 6월 ‘우리의 정론 일갈 2019~2022년’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민족중흥회가 펴낸 시국성명서 모음집이자 각종 매체와 JBC뉴스에 ‘93세 정재호 칼럼’에 실린 글을 재수록 한 칼럼집이다. 53편 모두 정 회장이 쓴 것이다. 유신정우회 3선 국회의원을 지냈기에 대한민국 헌정회 기관지 월간 ‘헌정’에도 틈나는 대로 칼럼을 기고한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유난히 많이 썼다. 국민의힘에도 서릿발 같은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다.

달변가인 그는 시국 강연회 단골 연사다. 목소리도 쩌렁쩌렁하고,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30분 정도 쉼 없이 목소리를 높여 시국관을 토해낸다. 누가 말리지 않으면 마이크를 놓지 않고 계속 열변을 쏟아낸다. 93세의 나이에 칼럼을 쓰고 대중 앞에 강연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체력이다. 외모에도 특별히 신경 쓴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베스트 드래서’로 꼽히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학창시절 농구 선수로 활동한 것도 지금의 체력을 유지하는 배경 중 하나다.

민족중흥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애국애족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84년 설립된 단체다. 사무실 한쪽 벽에는 박 전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가 눈에 띄었다. 정 회장 자리 바로 오른쪽에는 박 전 대통령의 흉상이, 뒤편에는 박 전 대통령이 쓴 친필 붓글씨로 제작된 병풍이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뼛속까지 박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원조 진박’이다.

photo 지난 3일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이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걷는 동안은 죽지 않아요.” 라며 노년 건강관리에서 걷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 바로 왼쪽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이, 뒤편에는 박 전 대통령이 쓴 친필 붓글씨로 제작된 병풍이 둘러싸여 있다.


인터뷰는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장소를 옮겨 가며 이어졌다. 메뉴는 샤부샤부. 채소와 쇠고기가 푸짐했다. ‘저 많은 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기우였다. 정 회장은 배추 잎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웠다. “과식하시는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샤부샤부는 소화가 잘된다”면서 즐겨 먹는다고 했다.


■ 정재호 회장이 걸어온 길

정 회장은 1930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청구대학(현 영남대학)과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성균관대 대학원 행정학과 연구과정을 수료했다.

산업시보, 세계통신, 민국일보, 서울신문(1954년)을 거쳐 경향신문 주일특파원(1963년), 주월특파원(1966년), 정치부장, 편집부국장, 논설위원(1967년)을 지냈다. 이어 중앙홍보연구소 이사장, 대한언론인회 논설위원, 월간 평론지 ‘인사이드 월드’ 회장 겸 주필, 한국부동산경제신문 회장(1991년), 대구일보 편집 고문(1991년)도 역임했다.

제8대 백두진 국회의장 비서실장(1971년)으로 정계에 입문해 유신정우회 3선 국회의원, 유정회 원내 부총무, 대변인 홍보위원장, 아시아 의회 연맹(APU· Asian Parliamentary Union)이사(1973~80년), 대한민국헌정회 기관지인 월간 ‘헌정’주필(1989년), 한국경영정보센터(KMIC) 회장, 대한민국헌정회 홍보편찬위원회 의장, 부회장(2003년), 원로회의 부의장을 지냈다. 현재 국가원로회의 상임고문도 맡고 있다.

저서는 시집 ‘향수’, ‘폭포수’와 칼럼집 ‘새천년 새벽의 초대’,‘대통령의 초상’, ‘진혼곡의 끝자락이 흐느끼는 까닭’이 있다.

글·사진 박현수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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