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교의 시론>김건희 리스크와 ‘윤석열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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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정치부장

윤석열 정부엔 검찰 DNA 흘러
검사 출신 다수를 요직에 기용
그 자체보다 직무 성과가 중요

野 이재명 체제로 수사에 맞불
정치 보복 빌미 없애는 일 중요
영부인 법 적용 예외일 수 없어

윤석열 정부에는 검찰 DNA가 흐른다. 대통령 자신이 검찰총장이었던 만큼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함께 일했던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에, 이원석은 검찰총장에, 이복현은 금융감독원장에 앉혔다. 대통령실 인사·감찰·사정 요직도 검사들이 꿰찼다. 이원모는 인사비서관, 이시원은 공직기강비서관, 주진우는 법률비서관을 맡았다. 검찰의 최정예 엘리트로 꼽혔던 검사들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공화국’이라며 맹폭을 가하는 것도 수긍이 간다. 물론 그 이면에는 검찰의 칼날이 야당 정치인을 향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깃들어 있다.

최고 권력자는 고독하다. 국정 영향력 때문에 작은 실수도 큰 파문을 부른다. 유아독존 자리처럼 보이지만, 국민 신임을 언제 잃을지 몰라 노심초사해야 한다. 지금은 독재 시대가 아니다.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없다. 공무원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많은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 이사장들은 물러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버틴다. 정치적으로는 ‘대선 불복’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대통령에게는 복심을 나눌 핵심 그룹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선택했다. 문 정부 출범 초 청와대에는 임종석 비서실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학생 운동권 인사들이 즐비했다. 민변 출신 인사들은 5년 내내 요직에 등용됐다.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 추락의 본질은 대통령실 기능의 작동 오류다. “민변 인사 도배” “여당 대표 내부 총질” 같은 말실수도 있었지만, 대통령실이 원활하게 돌아갔다면 국정 운영 지지율이 24%까지 주저앉진 않았을 것이다. 보수 진영 인사들조차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집권 여당의 내홍은 지지율 추락에 기름을 부었다. 비서관들도 대통령에게 제대로 조언을 하지 못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 인사를 많이 쓴다는 비판도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직언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대통령의 검찰 출신 인사 기용 자체가 비판 거리가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일을 하는지, 능력에 맞는 자리에 앉아 있는지다. 정치적 출세가 아니라 대통령을 보필할 진심을 갖고 있는지의 문제다.

이재명 의원은 오는 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등극한다. 누적 득표 지지율이 78%를 넘겨 예외는 없어 보인다. 주변에는 친명(친이재명) 의원들도 병풍처럼 포진해 있다. 그는 매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윤석열 정부에 날 선 비판을 퍼부을 것이다. 또, 서민들의 애환을 어루만지는 민생 행보에 나서면서 강성 지지자들이 붙여준 ‘야당 대통령’ 수식도 즐길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할수록 스포트라이트는 이 대표를 비추게 된다.

윤 대통령 앞에는 두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검찰과 경찰에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 비리, 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에 연루된 이 대표는 조사를 받고 기소 위기에 놓이게 된다. 다른 하나는 제1야당 대표 수사가 불러올 파장을 고려해 사실상 조사를 미루도록 시그널을 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자는 검사 윤석열의 기질과 거리가 멀다. 윤 대통령은 전자를 택할 것이다. 진짜 위기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이 대표가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사라지고 검찰공화국의 야당 탄압이 부각된다. 군중은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공정과 상식”을 외쳤다. 문 정부 5년 내로남불에 신물 난 국민은 피아를 불문한 부패 척결 모습을 보고 그를 지도자로 뽑았다. 윤 대통령이 변치 않았다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존재를 내놔야 한다.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및 허위 경력,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에도 동일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영부인 역시 법 적용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죄가 없다면 김 여사 스스로 검찰과 경찰에 나가 당당히 조사를 받아야 한다. 서면조사만으론 곤란하다. 그것이 국민이 기대했던 ‘윤석열다움’이다. 검사 출신 비서관들은 그런 직언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1년 8개월 뒤 총선 승리는 기약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