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질만한 가재도구 하나 없어...추석 어떻게 보내야할지 암담”

  • 문화일보
  • 입력 2022-09-07 11:22
  • 업데이트 2022-09-0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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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대피소 주민들 망연자실
죽도시장 상인 “대목앞 날벼락”



포항 = 박천학·박영수 기자


“추석 앞두고 무슨 날벼락입니까. 조상 제사는 어떻게 지낼지 암담합니다.”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송다목적복지관 임시대피소. 장판 바닥에 앉아있는 주민 50여 명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차 있었다. 대송면 제내리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시간당 145㎜의 집중호우에 물바다가 돼 주민 2200여 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과 상가가 대부분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제내리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안내방송으로 간신히 탈출했지만, 추석 명절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라며 한숨지었다. 이 여성의 집은 폭우로 절반 정도 물에 잠겼다. 그는 “건질 가재도구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또 80대 여성은 “전기가 끊겨 손전등에 의지해 빠져나오려 했지만, 도저히 문이 열리지 않아 배꼽까지 물이 차오른 거실에서 마냥 서 있었다”며 “이러다 죽는가 싶은 생각을 하던 중 119구조대가 와서 목숨을 건졌다”고 말했다.

대송면행정복지센터 옆 도로에 물이 2m 넘게 차올라 식당 등 상가와 주택은 물론 이곳보다 지대가 높은 센터도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폭우에 대비해 도로변과 인근 저지대 아파트에 있던 100여 대의 차량을 센터 주차장으로 옮겼으나 모두 침수됐다. 오천읍 시가지도 모두 잠겨 이날 오전 상가 문이 대부분 닫혀 있었고, 도로 중앙에는 침수된 차량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동해안권 최대 규모 수산물시장인 남구 죽도시장 상인들도 추석 대목을 앞두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60대 상인은 “가게에 있던 수백만 원짜리 냉장고와 10년 전 1000만 원 넘게 주고 산 냉동 진열대가 물에 잠겨 고장났다”며 “건어물 가격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올라 가뜩이나 매출이 줄었는데 태풍피해를 봐 살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포항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이날 오전 8시 현재 주택과 상가 침수가 각각 7959건, 3075건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800여 명이 임시대피소 77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또 농경지와 차량 침수 신고가 이어져 피해 규모는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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