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분열, 野는 방탄…‘쉰 음식’올리는 정치권에 추석민심 싸늘

■ 뉴스 & 분석

민생·비전 없는 정쟁에 실망
전문가들 “정치의 위기 신호”

코로나19 유행 이후 거리 두기 없는 첫 명절인 이번 추석엔 여야의 정쟁, 태풍 피해, 경제적 어려움 같은 불안하고 불편한 이슈들이 추석 밥상머리의 소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 시작 하루 전인 8일 민심은 여야 정치권 모두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민생은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고, 정치는 어느 때보다 혼탁해졌다.

추석 밥상에 모인 시민들은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피해와 포항의 비극에 가슴 아파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면서도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는 정치권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이 덕담과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악담과 쉰 음식을 밥상에 올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재명 소환’과 ‘김건희 특검’은 최대 관심사다. 더불어민주당이 7일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의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을 발의한 건 검찰의 이 대표 소환에 대응해 김 여사 이슈로 맞불을 놓은 것으로, 추석 민심잡기 샅바 싸움을 벌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핵관과 이준석 전 당 대표의 갈등으로 분열된 국민의힘, ‘이재명 방탄당’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민주당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출범 4개월 동안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의 비전과 방향을 보여주지 못했던 윤 대통령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누가 더 못났는지, 누가 더 비호감인지 경쟁하는 형국이다.

권혁주 서울대 교수는 “명절을 앞두고 덕담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야 할 추석 밥상에 악담과 쉰 음식만 올라올 것 같아 착잡하다”고 걱정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야 지지율이 30% 안팎에 머물고 무당층이 유난히 많다는 건 정치의 위기를 말해주는 위험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허민 전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