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떼인 전세금 1089억원 사상 최대…피해자 4명중 3명은 2030세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전세사기 대책 평가 긴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고 금액이 지난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규모는 총 511건, 10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다·최대치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건수와 금액이 각각 500건, 1000억원을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상품은 지난 2013년 9월 처음 출시됐으며 현재 공공 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고 있다.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이들 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가입자(세입자)에게 지급(대위변제)해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

이 상품의 사고액은 HUG의 실적 집계가 시작된 2015년부터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34억원이었던 사고액은 2017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2021년 5790억원으로 폭증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증가세가 더 가팔라져, 1∼8월에 이미 5368억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월간 최다·최대 기록이 연이어 깨지고 있다. 지난 7월 421건, 872억원으로 월간 최다·최대 기록을 기록하더니 8월에 곧바로 깨졌다.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대위변제액도 지난달 830억원(39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 6월(570억원)에 비해 약 1.5배로 급증한 규모다.

세입자에게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관리 대상에 오른 ‘악성 임대인’(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은 지난 7월 말 기준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총 203명이다. 지난해 5월(108명) 처음으로 100명을 넘은 데 이어 1년 2개월 만에 200명 선도 넘어섰다.

HUG는 지난해부터 전세보증보험 채무자 가운데 대위변제 건수가 3건 이상이고, 미회수액이 2억원을 넘으며, 상환 의지·이력이 부족한 집주인을 악성임대인으로 규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악성임대인 203명이 떼먹은 보증금 약 7275억원 가운데 HUG가 회수한 액수는 14% 수준인 약 1018억원에 불과하다. 미회수액이 100억원 이상인 악성임대인은 14명으로, 이 중에는 578억원(285건)의 보증금을 떼먹은 사례도 있다.

특히 악성임대인에게 피해를 입은 세입자 중 30대 이하의 사례가 2808건으로 전체(3761건)의 74.7%를 차지했다. 이들의 피해 보증금은 총 5809억원으로 전체 피해액(7824억원)의 74.2%였고, 1인당 평균 피해액은 2억원이 넘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건수와 금액이 급증한 것은 악성 임대인들이 다세대주택(빌라) 분양업자·중개업자와 짜고 전세보증금을 부풀린 뒤 세입자를 끌어들이고, 그 보증금을 밑천 삼아 갭투자 하는 방식으로 다세대주택을 집중 매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집값 약세로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 전세’가 속출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는 지난 1일 전세 사기 피해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전세 계약 체결 직후 집주인의 해당 주택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의 꼼수나 사기 행위가 원천 금지되고, 집주인은 전세 계약을 맺기 전에 세입자에게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되는 체납 세금이나 대출금 등이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