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색깔 동갑 뮤지션들 한 무대 서면… 어떤 ‘창대함’ 나올까

  • 문화일보
  • 입력 2022-09-26 09:03
  • 업데이트 2022-09-2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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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전영록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

‘개그콘서트’(KBS 2TV)에서 ‘마빡이’(정종철 분)가 등장할 때 이런 음악이 따라 나왔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지만 정작 노래 제목을 맞히는 사람은 드물다. 이 기회에 알아두자. 제목은 ‘보물’이다.

우리 모두에겐 보물 같은 사람과 시절이 있었다. 자전거 탄 풍경이 부른 이 노래는 ‘개콘’보다 앞서 영화(‘선생 김봉두’)에 수록됐고 최근엔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까지 나왔다. 명곡의 수명이 명인보다 길다는 걸 증명하는 과정인데 시작은 미약해도 끝이 창대하려면 ‘창대’ 두 글자를 기억하자. 대중문화계의 ‘창대’란 창의성과 대중성이다. ‘창대’가 어려운 건 새로움(창의성)이 친숙함(대중성)을 얻는 작업이 간단치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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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빡이는 풍자의 달인이다. “내가 누군지 알아? 골목대장 마빡이!” 다툼의 현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말을 간혹 듣게 된다. “내가 몇 살인지 알아?” 신분증을 보지 않고 실제 나이를 알기란 쉽지 않다. 한때 연예계엔 고무줄놀이 대신 고무줄 나이가 유행했다. 그걸 비윤리적, 혹은 부도덕하다고 나무라는 일은 적었다. 그냥 그러려니 해주는 게 상도의였다. 다만 무대 밖에선 나이에 민감한 경우가 좀 있었다. 듀스 이현도가 과거 ‘라디오스타’(MBC)에서 밝힌 일화는 지극히 한국적인 유머다. 동갑인 서태지를 처음 만나 ‘다음부턴 말 놓고 편하게 지내자’고 했더니 서태지가 거부했단다. 이유를 알고 보니 나이는 동갑이지만 서태지는 빠른 1972년생이었다는 사실. 송골매 공연장에서 직접 들은 얘기도 재밌었다. “8개월 차이밖에 안 나는데 형이라고 우길 때가 있어요.” 구창모가 관객을 향해 던진 하소연(?)이다. 옆에서 배철수는 웃기만 했다. 세시봉 공연 중에도 비슷한 레퍼토리가 있다. “50년 넘게 막내 취급을 하는데 실제 8개월 차이밖에 안 나거든요.” 김세환이 이렇게 말하면 윤형주는 ‘귀여운’ 동생의 투정에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대응한다.

신입사원 연수 때 들은 얘기가 있다. “연출은 연기가 나오도록 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실무에선 연기보다 연기자가 나오도록 하는 일이 더 어렵다. 수완 좋은 연출자는 적재·적소·적시에 딱 맞는 출연자를 섭외한다. 하지만 플랜 A 대신 플랜 C 정도가 비일비재다.

나이 얘기가 나왔으니 차제에 동갑내기 뮤지션들의 공연을 한번 기획해보는 건 어떨까. 구창모(1954년생)와 동갑인 가수들 중에 거목들(김창완·전영록·전인권·정태춘)이 많다. 살아온 삶이 다르고 불러온 노래들이 다르지만 5인 5색의 보물 같은 존재들이다. 예상 못 할 앙금이 남았을 수도 있다. ‘언젠간 어렴풋이 기억이 나겠지만 어둠의 추억일랑 이제는 잊어야지’(전영록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 중) 성사되기만 하면 공연 사이사이에 동갑내기들이 ‘따로 또 같이’ 입을 맞추는 모습 자체가 ‘동공’(동갑내기 공연)지진일 것 같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을 ‘여럿이 협력하면 불가능은 없다’로 해석하는 어린이를 보았는데 창대함의 시작은 이런 엉뚱한 상상일 수도 있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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