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까지… 필로폰에 홀린 한국

올 검거 건수 절반이 젊은층
실제 유통량은 훨씬 많을 듯

커피깡통 · 車부품 속 밀반입
1회분 2만4000원까지 거래
‘치킨 값에 한방’ 무차별 확산

지난 26일 오후 9시 30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20대 남녀 2명이 엑스터시 등 마약을 소지한 채 공항검색대를 통과하다가 신체 수색에서 적발됐다. 이들은 SNS에서 구입한 마약을 가루 형태로 소분해 지니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을 마약류관리법위반(향정)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 수사하고 있다.

마약 구매 단가가 낮아지고, 국내 반입이 쉬워지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마약이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내 밀수 마약 중 가장 많이 적발되는 필로폰은 g당(약 30명 분) 100만 원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구입 경로가 다양화되고 최근에는 법령상 마약으로 등록되지 않은 신종 마약까지 늘어나는 실정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마약 암거래 시장에서 필로폰은 g당 70만∼8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필로폰은 통상 주사기로 1회분 0.03g을 투여하는데, 최근 1회분 가격이 2만4000원대까지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이 시중에서 파는 치킨이나 삼겹살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대마는 g당 15만∼20만 원, 엑스터시는 1알당 15만∼20만 원 선이다. 일선서의 한 경찰 관계자는 “필로폰의 경우, 처음 호기심에 사보는 사람들은 4∼5번 분량의 양을 10만 원대에 구입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경찰이 검거한 마약사범은 598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880명) 늘었다. 이 중 20대가 1990명, 30대가 1280명으로 전체의 54.6%를 차지했다.

반면 추적·적발은 어려워졌다. 밀반입 업자들은 마약을 커피 깡통, 오토바이 헬멧, 자동차 부품, 옷가지 등 일상품목 안에 숨긴 뒤, EMS(국제우편) 등 국제특송화물로 위장해 반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 등에서 거래가 벌어져 추적도 쉽지 않다. 특히 최근엔 법령상 마약으로 등록되지 않은 신종마약이 늘면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