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한 ’뒷담화‘ 녹음, 위법일까? 아닐까?

‘자신을 헐뜯는 ‘뒷담화’를 녹음하면 위법일까, 아닐까?’. 정답은 위법이다.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 상사나 동료의 괴롭힘 행위를 신고하기 위해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은 무분별한 녹취 행위에 대해 엄벌하고 있다. 다만 녹음을 한 사람이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라면 몰래 녹음을 한다 해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형두)는 자신의 험담을 하는 동료를 색출하기 위해 몰래 녹음을 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2019년 5월 선고한 바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를 위반한 사유다. 해당 법조항은 누구든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등을 이용해 청취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영진)는 최근 직장 동료를 깎아내리려고 다른 직원과의 통화내용을 몰래 녹음한 B씨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B씨는 지난 1월 27일 춘천시 한 식당에서 직장 동료 간의 스피커폰 통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뒤 이를 자신의 상사에게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통신비밀의 보호와 사생활의 비밀 및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초래하는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과 동종전과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라 ‘자기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경우는 사법처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례로 택시 기사가 승객과의 대화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고 해도 대화에 참여했기 때문에 무죄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다. 공개한 녹음 내용이 개인의 사생활이나 명예와 관련됐을 경우에는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괴롭힘의 증거 확보를 위해 타인과 자신과의 대화를 녹취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신에 대한 욕설이나 험담을 퍼뜨리는지 알기 위해 대화 참여자에 포함돼 있지 않음에도 타인 간의 대화를 동의 없이 녹취한다면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