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 불평등 해결 위해 뭘 해야할까… 유엔자료 찾고 ‘실천’ 방법 고민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19일 제주 서귀포여고에서 열린 ‘세계시민 박람회’에서 학생들이 환경보호와 멸종위기 동물을 주제로 제작한 카드뉴스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 서귀포여고 이수진 선생님의 ‘세계시민 프로젝트’

1학년 학생 194명 7개팀 꾸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공부
3개월 간 조사한 뒤 부스 운영
카드 뉴스 만들고 퀴즈 풀이도

“학교 수업에서 배우는 지식들
직접 실천하며 선한 영향력 돼
시험 위한 도구로 그치지 않고
사회 문제에도 관심 가졌으면”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사회에 관심을 갖게 하고 개인의 실천으로도 이어지는 통로가 됐으면 해요. 올해 학생 체험이 중심이 된 ‘세계시민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지난 7월 19일 제주 서귀포여고에서는 1학년 학생 194명이 참여한 가운데 ‘세계시민 박람회’가 열렸다.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이수진(30) 교사의 주도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7개 학급 학생들이 저마다 팀을 꾸려 서로 다른 주제로 부스를 운영했다.

주제는 △빈곤 종식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불평등 감소 등으로 다양했다. 유엔이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및 이와 관련된 국제기념일 중 흥미가 있는 내용을 학생들이 직접 골라 지난 3월부터 3개월여간 조사한 내용으로 꾸린 것이다.

이날 박람회에서 학생들은 멸종위기 동물을 주제로 카드뉴스를 제작하거나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기념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홍보하기도 했다. 이 교사는 “처음에는 어려운 주제를 탐구하기 싫어하던 학생들도 막상 부스 운영에 들어가니 친구들에게 열정적으로 조사 내용을 알렸다”며 “학생들이 배우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선한 영향력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교사로서 흐뭇했다”고 말했다.

이 교사의 세계시민 프로젝트 등은 ‘학생 중심·체험 활동 중심’이 중요하다는 그간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수업 시간에 배운 지식이 단순히 시험을 잘 보는 도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 이 교사의 바람이다. 이어 “최종적으로는 배움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사실 참 어려운 일이어서 아직 저에게도 풀지 못한 과제”라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열린 박람회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부스를 운영하면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홍보하고 생명의 중요성을 알리는 자리도 마련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이 교사가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회 교과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사회 융합 동아리인 ‘아고라’에 소속된 학생을 중심으로 서귀포시 지역 교과서인 ‘양지바른 서귀포시’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아고라 소속 학생 48명과 이 교사 등 서귀포여고 사회과 교사 5명으로 구성된 편집 및 집필위원들이 전국의 지역 교과서를 분석해 서귀포만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교과서를 발간해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시간과 동아리 활동 시간에 배운 활동을 토대로 직접 교과서를 제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결과물을 보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교사가 이런 교육철학을 펼치게 된 것은 고등학생 시절 스승의 덕이 크다. “고등학교 1학년일 때 사회 교과 선생님이 강의식이 아니라 학생 활동 중심형으로 수업을 해주셨는데, 당시 정말 재미있게 공부를 해서 그 선생님과 똑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를 꿈꾸게 됐다”면서 “아직도 선생님의 수업을 생각하면서 제 수업을 구상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 선생님 덕에 학창시절에 즐거운 추억이 가득했던 만큼, 자신도 학생들에게 학창시절이 행복하고 그리웠던 때로 기억하게끔 하는 교사로 남았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일을 경험시켜주면서 그를 바탕으로 어떤 일이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괴로울 수도 있지만 끝에 가면 이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서 “학생들이 수많은 상황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성장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