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물러나라!” … 들불처럼 번지는 중국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

  • 문화일보
  • 입력 2022-11-27 21:10
  • 업데이트 2022-11-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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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새벽 중국 상하이 시내에서 성난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루무치 화재 참사가 도화선 …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 대학가로 시위 확산

3년 가까이 이어진 중국 당국의 막무가내식 ‘제로 코로나’ 정책에 중국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봉쇄에 따른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25∼27일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특히 시위대 사이에서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 등의 구호까지 등장하면서 이번 시위가 ‘코로나 봉쇄 반대’를 넘어 반정부·불복종 운동으로까지 비화할지 주목된다.

◇ 우루무치 화재 참사로 촉발 … “봉쇄 때문에 주민 대피 못해”

이번 동시다발 시위는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서 촉발됐다.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이 아파트 봉쇄를 위한 설치물들이 신속한 진화를 방해하면서 피해가 컸다는 주장이 퍼져나갔다.

특히 관계 당국이 신장 지역 봉쇄 기간 동안 일부 주택 현관문을 열지 못하도록 바깥에서 쇠사슬로 묶어놨던 사실이 민심을 더욱 자극했다. 우루무치에서도 같은 이유로 주민들이 제때 대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화재 다음날인 25일에는 성난 우루무치 주민들이 현지 정부청사 앞에서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치고, 추위 속에서 대규모 가두 행진을 하는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우루무치는 지난 8월부터 봉쇄된 상태다.

우루무치 시 당국은 25일 밤 기자회견을 열어 화재 지역이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이어서 당시 아파트는 봉쇄되지 않았고, 아파트 앞에 주차된 차량 탓에 소방차의 진입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에 성난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6일(현지시간) 중국 난징의 중국통신대에서 학생들이 당국의 코로나19 관련 봉쇄 정책에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상하이·베이징 등 대도시로 번진 시위

27일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는 수백∼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몰려 나와 우루무치 참사에 항의하며 정부를 규탄했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는 신장 우루무치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위구르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이다.

로이터는 전날 밤 우루무치중루에서 시작된 항의 시위가 이날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SNS에 올라온 영상과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주민들은 “우루무치의 봉쇄를 해제하라, 신장의 봉쇄를 해제하라,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또 대규모 인원이 “중국공산당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우루무치를 해방하라”라는 구호도 외쳤다고 했다.

로이터는 “SNS에는 상하이에서 군중이 ‘인민에 봉사하라’, ‘우리는 건강코드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고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AP는 SNS에 올라온 시위 관련 영상들은 즉시 삭제됐지만,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많은 주민이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 모여 희생자에 대해 헌화하고 ‘11월 24일 우루무치에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는 글과 함께 촛불을 켜 놓았다고 전했다.

AP는 “처음에는 평화적이었던 시위가 이날 오전 3시쯤 폭력적으로 변했고 수백명의 경찰이 시위대를 에워싸며 진압했다”며 “경찰이 여러명을 연행했고 오전 5시쯤 시위대를 완전히 해산시켰다”고 전했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전날 주민들이 방역 조치에 집단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 따르면 베이징 차오양구 일부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물러서지 않았고,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약 1시간 동안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집단행동을 벌였다. 결국 아파트 주민위원회는 단지 봉쇄를 취소했고, 주민들은 이러한 결정을 반기며 서로를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낸 뒤 스스로 해산했다.

간쑤성 란저우에서도 전날 주민들이 코로나19 방역 스태프의 텐트를 뒤집고 PCR 검사소를 부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널리 퍼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밖에 청두, 난징, 광저우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전날 밤 시위가 벌어진 현장을 담았다고 밝힌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CNN은 “25일 우루무치를 휩쓴 시위에 이어 다른 몇몇 도시에서도 봉쇄 지역 주민들이 장벽을 무너뜨리고 거리로 나섰다”고 보도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6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지난 24일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우루무치시의 고층 아파트에 발생한 화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베이징대·칭화대 등 대학가로 시위 확산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대와 칭화대에서도 우루무치 희생자 추모와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베이징대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곳이고, 칭화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다.

AP는 “SNS에 올라온 명단에 따르면 50개 대학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한 베이징대 학생은 CNN에 “오늘 자정께 베이징대에서 약 100명의 학생이 ‘봉쇄에 노(NO), 자유에 예스(YES)라고 말하라’, ‘코로나 검사에 노, 음식에 예스라고 말하라’라는 구호가 붉은 페인트로 칠해진 벽 앞에 모였다”고 전했다.

AFP는 이날 칭화대에서 수백 명의 학생이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목격자와 소셜미디어 영상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칭화대 학생은 AFP에 “오전 11시30분 학생들이 구내식당 입구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며 “지금은 200명에서 300명 정도 있다. 우리는 국가(國歌)와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고 ‘자유가 승리할 것’, ‘PCR(유전자증폭) 검사 그만, 우리는 음식을 원한다’, ‘봉쇄는 그만,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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