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이후 시장개방 적극 대처 … K-푸드, 제조업 버금가는 ‘수출 효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2 파리 국제 식품박람회(SIAL PARIS 2022)’에서 참가자들이 한국관에서 제공한 국산 라면을 시식하고 있다. aT 제공

■ FTA 면역력, 농촌 경쟁력 되다 - (6) 농식품 수출 성장세 나홀로 고공행진

올 11월까지 농축산식품
수출액 80억7800만 달러
전년 동기대비 4.0% 증가

건강식 · 한국식문화에 관심
쌀가공품 10.7% 증가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성과

감말랭이 · 홍시스무디 · 죽
김치 가공품 · 냉동김밥 등
수출 유망 ‘미래클 K푸드’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 등으로 인해 국내 수출 실적 악화가 심화하고 있음에도 국내 농식품 수출 성장세만 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팝 등 한국 대중문화의 글로벌 확산 등의 영향도 있지만 국내 농식품 자체의 질적 개선이 이 같은 농식품 수출의 원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늘 수세적 입장이었던 우리 농업도 수출 확대 등 정책 목표가 달라진 이후엔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 개방에 대처하고 있다. 해외 어디를 가도 이른바 K-푸드, 한국 농식품에 대한 호평은 이어지고 있어 향후 제조업에 버금가는 수출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올해도 세계에서 사랑받은 국산 농식품 = 세계인들의 한국 농식품에 대한 사랑은 올해도 변함없었다. 2022년 11월(누계, 잠정치) 농축산식품 수출액은 80억7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해 11월 말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긴축정책 등의 영향으로 경기 침체에서 허덕이고 있지만 우리 농식품 수출의 성장세는 꺾지 못했다. 건강기능식과 한국 식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 증가로 쌀가공식품과 배, 유자 등이 수출 증가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쌀 가공식품의 올해 수출액은 1억635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나 증가했고, 배(6060만 달러, 3.7% 증가), 유자(4890만 달러, 5.3% 증가) 등도 이 같은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 국가별로 볼 때 아세안은 신선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했다. 일본에선 국산 가공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미국은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K-푸드의 인기는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쌀 가공식품 수출 확대 영향으로 수출액이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이같이 세계 각국에서 국내 농식품이 사랑받는 데는 정부의 농식품 수출을 위한 정책 지원이 뒷받침됐다. 특히 국내 교역 1위 국가인 중국에 국산 농식품 수출을 위한 비관세장벽 해소 관련 컨설팅 지원 등은 중소 수출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 농식품 수출입 업체를 대상으로 현지 전문기관(23개국 116개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관세장벽 대응, 라벨링, 상표권 출원, 포장 패키지 현지화, 수입경보 해제 컨설팅, 식품검사 등록비 등에 대한 다양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천연 조미료, 고체 육수 등을 수출하던 A사는 중국 수출을 준비했지만 수출 경험이 없어 통관 등 현지 절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중국 수출을 위해선 중국 당국의 식품 시스템에 생산기업으로 먼저 등록을 해야 하고, 현지 규정에 따른 중국어 라벨링이 필수였는데, 이 같은 비관세장벽에 대한 정보는 물론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방법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나서서 현지 자문기관을 물색, 이 기관들의 도움으로 식품 영양 성분 검사와 중국 식품안전법 라벨 표시 규정에 맞는 라벨링 등을 제작했다. 이 업체는 중국이 규제하는 식품 원료나 첨가제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이 같은 원료가 제품에 포함되지 않도록 사전 검토를 통해 폐기하는 등 중국 수출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올해 중국에서 수출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영양 성분 검사 등 준비 경험을 토대로 대만으로 육수 팩을 수출하게 되었고, 수출 품목도 4종에서 7종으로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다른 업체 B사는 미국 아마존 입점을 준비 중이었는데 수출 경험이 없어 농식품부·aT를 통해 현지화 사업을 신청했다. 이 기업은 현지화 사업 신청으로 연결된 자문기관과 함께 회사명, 브랜드명, 제품명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했고, 영문 표현의 의미와 소리 음절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현지 출원 가능 여부도 검토했다. 이를 토대로 미국 규정에 따라 영양 성분 검사를 실시했고, 이후 영어 라벨 견본을 제작할 수 있어 최종적으로 아마존 입점에 성공하기도 했다.

◇냉동김밥 등 새로운 수출 효자 품목 육성 박차 = 단순히 신선식품만으로 글로벌 식품 시장에 뛰어들긴 벅차다. 세계인들의 입맛은 물론 눈길도 사로잡을 수 있는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들이 농식품 수출에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aT는 ‘미래클 K푸드’ 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수출 잠재력이 높은 신규 품목을 발굴해 수출 유망 상품으로 키우는 미래클 K푸드는 지금까지 가공식품 9개와 신선식품 3개를 발굴했다. 가공식품의 경우 감 가공품(감말랭이, 홍시스무디), 가정간편식(HMR) 죽, 우리곡물라면, 식물성대체육 즉석편의식, 펫푸드, 기능성 소재(난소화성덱스트린, 알룰로스 등), 김치 가공품(동결건조김치, 김치양념가루, 김치양념블록), 간편 쌀 가공식품(냉동김밥), 국산 원유 사용 발효유 등이 있다. 이들 품목 생산 업체에 대해 상품 개선이나 세일즈 포인트 발굴, 시장 개척·해외 마케팅 추진 등의 지원을 해줬다. 쌀 가공식품 중 냉동김밥은 미래클 K푸드를 통해 입맛 까다로운 중동 시장을 뚫은 핵심 아이템이다. 한국의 대표적 ‘스트리트 푸드’로 사랑받는 김밥은 해외로 내보내기엔 유통기한이 짧고, 조리 과정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냉동 과정으로 상온 김밥보다 유통기한을 더 늘렸고, 채소 중심의 내용물로 수출 상품화에 성공했다. 미래클 K푸드를 통해 온라인 판촉은 물론 국제 행사 등과 연계한 마케팅으로 해외 수출 품목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지금은 한국산 쌀 가공식품으로는 최초로 중동 지역에 수출(3t, 1만 달러)까지 하게 됐다. 두바이, 카타르는 물론 미국까지 한국의 냉동김밥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밖에도 죽·김치 등 다양한 한국 가공식품들이 정부·공공기관의 정책적 도움으로 까다로운 해외 시장의 문을 열며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물론 가공식품까지 수출 물량이 늘고 있다”며 “수출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들을 다양한 정책 지원을 통해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한식 홍보관 … K-팝 · 태권도 곁들여 인기 만점

■ 농식품도 한류 · 문화 마케팅

토크쇼 등 7000여명 참여
현장계약 233만5000달러

농식품 수출도 ‘K-팝’ ‘한류’를 활용한 마케팅이 대세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국내 농식품 수출 신장의 1등 공신은 바로 한류 콘텐츠다. 정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해외 수출 시장 확대에서 한류를 이용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농식품부와 aT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열린 파리식품박람회에 한류 문화 콘텐츠와 연계한 농식품 홍보관을 오픈해 갖가지 수출 상담회를 추진했다. 루브르박물관 지하 1층 전시장에 전통·현대·미래를 나타내는 콘텐츠로 각각 나눠 한식 농식품 홍보관을 운영했다. 여기에서 K-팝은 물론 태권도 등 우리 문화를 활용한 홍보를 진행했다. 이 같은 한류 마케팅 결과로 현지 소비자 7000여 명이 K-푸드 토크쇼와 쿠킹 클래스 참여를 통해 한식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수출업체 29개사(수입 바이어 51개사)가 농식품 홍보관을 찾았으며, 상담 실적이 3273만3000달러, 현장 계약액이 233만5000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주요 스포츠 이벤트 역시 한식과 한국 농식품을 전 세계에 알리는 주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aT는 세계 3대 축구리그인 스페인(라 리가), 영국(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분데스리가) 리그를 활용해 한국 농식품 콘텐츠를 송출·연계 홍보하고 있다. EPL에서는 ‘Korean Food, The Taste of Wonder(한식, 놀라운 맛)’ 혹은 ‘Kimchi, The Healthy Choice(김치, 건강한 선택)’ 등의 문구가 경기장에 노출되고 있다. 독일·스페인에서도 김치, 장류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프로 축구장 내 카페, 키오스크, 푸드트럭 등을 활용, 현지 소비자 체험이 병행돼 추진 중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인기 축구클럽인 ‘도르트문트 BVB’는 경기장 내 K-푸드 퓨전스낵(고추장 마요 버거, 김치 치즈 나초, 불고기 타코 등)을 주요 메뉴로 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aT 관계자는 “연예·스포츠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한식과 한국 농식품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세계인들에게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며 “식생활은 이제 엄연히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 제작지원／
2022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