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성태, 경기도 대북교류 후원 직후 방북하려 했다

金, 8억 후원 北광물 독점 노려
통일부 거부로 방북 무산되자
이재명 방북비용 등 대납 의심

檢, 내일 외국환거래 위반 기소
이후 李와 연루 의혹 수사 계속

대북 불법 송금 혐의를 받는 김성태(구속·사진)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였던 2018년 11월 경기도의 대북 교류 행사를 후원한 직후 자체 방북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방북이 무산되자 쌍방울의 대북 사업 확정을 위해 경기도의 대북 사업 지원과 이 대표 방북 비용 등 총 8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대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3일 김 전 회장을 먼저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횡령·뇌물 등 혐의로 기소한 뒤 대북 송금 과정에서 이 대표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2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김 전 회장이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 주최로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가 개최된 직후인 같은 해 12월∼2019년 1월 방북을 독자적으로 추진한 사실을 파악했다. 쌍방울은 이 행사에 8억 원을 후원했는데 검찰은 쌍방울 계열사의 북한 광물자원 개발 사업권 독점을 위해 김 전 회장이 방북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의 거부로 방북은 무산됐다.

검찰은 방북 무산 직후부터 김 전 회장이 경기도의 남북 경제협력 사업과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대납을 토대로 대북 사업 확장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4월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조성 비용을 대납하는 조건으로 총 500만 달러를 북측에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11∼12월 쌍방울 임직원 40명을 동원해 항공편으로 300만 달러를 중국 선양(瀋陽)으로 밀반출한 정황도 포착됐는데 검찰은 이 돈을 이 대표의 방북 자금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기소한 뒤 이 대표 관련 수사에 본격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영(구속 기소)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2019년 1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방북과 관련해 “정치인의 경비에는 벌크 캐시(뭉칫돈) 한도가 있다”며 자금 문제를 토로한 바 있다. 실제 2019년 7월 북측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김 전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벤츠 차량 등 준비를 위해 500만 달러를 이 대표 방북 비용으로 요구했는데, 이 전 부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쌍방울의 우회 지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대북 송금 대납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수감 중)은 2019년 5월 경기도 대변인 시절 김 전 회장을 만나 대북 송금에 대해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