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못틀고 밥 먹기도 겁나요”…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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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가·금리급등 감당 못해
학생·취준생 등 독립생활 포기
“샴푸 하나 맘 편히 못사겠더라”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대학원생 김모(25) 씨는 자취방 월세, 난방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살이를 접고 인천 송도 본가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학업 시간을 쪼개 인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과외까지 하며 50만 원가량의 생활비를 벌어왔지만, 최근엔 이 정도 수입으로는 독립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주말에 사람을 만나지 않고 자취방에 가만히 머무르며 배달을 시켜먹는 것만으로도 과외로 번 생활비가 소진된다는 것.

최근엔 난방비마저 크게 올라 난방조차 켜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9일 “난방도 못 틀고 샴푸·린스를 하나 마음 편히 못 사는 상황이 돼 다시 본가로 돌아가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물가에 고금리 등을 견디지 못해 독립생활을 접는 ‘고달픈 청춘’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리터루족’(리턴+캥거루족)들이다. 부모 품을 떠나 당차게 독립을 택한 취업준비생, 새내기 직장인 등이 치솟는 물가·금리에 결국 두손 두발을 다 든 것이다.

새내기 직장인 허은주(여·30) 씨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허 씨가 취업했던 2년여 전까지만 해도 1%대였던 전세 대출이자가 최근 7%대로 오르면서 이자를 70만 원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거기다가 물가도 크게 올라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취준생 중에서는 학원 수강을 위해 상경했다가 아예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는 사례도 있다. 동작구 노량진동 원룸에서 자취 중인 경찰공무원 준비생 윤모(25) 씨는 1년 6개월 전 대구에서 상경했지만, 2배 가까이 오른 난방비를 보며 대구 본가로 돌아갈 계획을 하고 있다.

송유근·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