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각지대’ 홈스쿨링… 매 맞아도 아무도 모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천 초등생 사망사건 부모
학교 안보내고 상습적 학대

전문가 “모니터링 강화 필요
美도 1주일에 한 번은 등교”

인천 남동구에서 온몸에 멍이 들어 숨진 초등생 A 군의 부모가 홈스쿨링(재택교육)을 핑계로 A 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 관련 제도 보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홈스쿨링을 핑계로 아동학대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홈스쿨링 제도가 악용되지 않고 제대로 된 홈스쿨링 가정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실태조사 및 꾸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보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9일 교육계 안팎에서는 제도권 교육의 대안으로 꼽히는 홈스쿨링이 아동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피해 가는 방편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5년 세간에 충격을 줬던 ‘인천 16㎏ 여아’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학대에 따른 영양실조로 몸무게가 16㎏에 불과한 상황에서 극적으로 집을 탈출한 B(11) 양의 부모는 홈스쿨링을 명목으로 B 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듬해 경기 부천에서 아버지가 초등학생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뒤 시신을 훼손해 보관한 일명 ‘부천 초등학생 시신훼손 사건’ 역시 부모가 4년 가까이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서 “홈스쿨링을 시키고 있다”고 둘러댄 사례다. A 군의 부모 역시 “필리핀 유학 준비를 위해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며 A 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는 당국이 나름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를 메꾸지 못했다. 시교육청은 홈스쿨링 아동 안전을 위한 집중관리대상에 A 군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12월 학교 측의 요청으로 계모와 A 군이 학교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어 숨지기 8일 전인 지난달 30일 학교 측이 A 군과 직접 통화까지 했음에도 교육 당국은 이상 징후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미국에서처럼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도 1주일에 한 번은 등교를 시키면 교육적 방임이나 학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A 군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경찰청은 A 군의 계모 C(43) 씨와 친부 D(40)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신청했다. 경찰은 지난 7일 C 씨와 함께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체포한 D 씨의 죄명은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로 변경했다.

A 군의 친모는 이날 “아들아. 그동안 겪었을 너의 고통에 내가 살아있는 것조차 너무 미안하다”며 “할 수 있다면 우리 아들 대신 내가 하늘로 가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한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