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은행·통신 미봉책만 내놔… 사회공헌만으론 안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고민 깊어지는 통신3사 이동통신 3사가 정부의 민생 안정 대책에 발맞추기 위해 3월 한 달 동안 무료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한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대리점 앞을 시민이 휴대전화 화면을 보면서 지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만 19세 이상 고객에게 요금제별 기본 제공 데이터 외에 추가로 데이터 30GB를 일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요금제의 기본량과 동일한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한다. 문호남 기자

■ 은행·통신과점 연일 질타

윤 대통령 “개혁, 기득권 타파서 시작”
업계, 부랴부랴 추가대책 검토

동결 공공료 하반기 인상 불가피
정부, 고물가 타개책 마련 고심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과 직결된 통신·금융업계를 비판하며 “개혁과 혁신은 기득권과 이권 카르텔을 깨는 데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부 압박에 통신·금융업계가 부랴부랴 내놓은 방안을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평가하고, “국민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다만 하반기부터 동결해놓은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가 대응책 마련에 대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1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과점 특허 사업에선 시스템 자체가 정의로워야 한다”며 경쟁을 유도한 소비자 편익 확대를 주문했다. 은행들이 금리 상승기에 과점 체제를 활용해 막대한 이자 수익을 거두고 이를 성과급 등으로 나눠 갖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금융·정보기술(IT) 간 장벽 완화를 통해 유효 경쟁을 촉진하거나 예대금리차 공시, 대환대출 추천 플랫폼을 통해 기존 금융사 간 경쟁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이 15일 발표한 3년간 10조 원 이상의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에 대해선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것이 여권의 중론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시적인 사회공헌 사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동통신 3사가 높은 진입장벽을 기반 삼아 개혁에 소극적인 점에도 깊은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통신 3사는 정부의 중간요금제 도입, 설비 투자 확대 요구에 경제적 부담을 들어 속도 조절을 요구해왔다. 이동통신 3사는 최근 통신비 부담 경감 압박이 강해지자 “3월 한 달간 가입자에게 무료 데이터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신사의 수익구조는 전혀 건들지 않고 잠깐 생색내는 선에서 눈 가리고 아웅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은행·통신사 등에 물가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공요금이 향후 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고심거리다. 정부는 전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도로·철도 등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인상 속도 조절을 결정했지만 이는 인상을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한 상황이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